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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Jan 02. 2019

갈림길 증후군

선택과 의사결정

최근 아들과 정기적으로 가는 곳이 있다. 일요일에 1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서 가는데, 주말 아침이 조금 피곤하기도 하지만  아들과 단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꽤나 즐거운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사춘기 절정에 있는 아들과 아빠는 거의 대화가 단절된다고들 하던데.... 우리는 다행히 그렇진 않다. 아닌가? 불현듯 개그프로에서 유행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건~네 생각이고~".

아무튼 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길 바란다.


나는 길치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할 때는 반드시 와이프가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될 정도다. 물론 네비게이션은 있다. 내가 길치라는 것은 네비게이션이 있는데도 길을 잘 못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와이프는 거의 운수업 종사자분들 정도의 길 찾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길치인 나에게 와이프가 옆에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인 것이다.


나는 어느 도로로  가나 "갈림길"이 나오면 순간 당황을 한다. 네비게이션이 있는데도 살짝 당황을 한다. 고속도로나 국도나 다 마찬가지다. 솔직히 속으로 삭히고 안 그런척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다 알고 있다. 내가 갈림길만 나오면 손에 땀이 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난 주말에 운전을 하면서 또다시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들 뻔했다. 옆에 있는 아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매번 오는 길인데 또다시 갈림길에서 당황한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근데,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긴 한데.....


예전에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못 봐서 IC에서 빠지지 못하고 큰 사고를 낼 뻔한 기억이 있긴 하다... 그것 때문인가? 아들은 트라우마라고도 했고 선택 장애라고도 했다. 솔직히 웃으면서 이야기는 했지만 난 여전히 그 이유를 모르고 있는 게 이상했다. 당연히 지금껏 생각해 본 적은 없으니까.


나는 이런 나의 상태를 '갈림길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운전을 하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내가 갈림길에서 당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나은 것을 선택하고자 고민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것은 내가 혹여라도 잘못된 길에 들어설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사실 길을 잘못 들면 다시 빠져나가면 된다. 네비게이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갈림길에서 잘못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까짓 길을 잘못 들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작은 '두려움'은 계속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우리 인생의 어떤 선택에 있어서도 어떤 정보는, 어떤 상황은 우리의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갈림길 증후군'처럼 두려움이 중심이 된 선택은 나를 계속 두려움 속에 있게 한다.


우리 인생도 갈림길 증후군이 있지 않을까? 무엇을 선택하면 더 좋아질까?라는 생각보다 이것을 선택하면 위험해질 거야, 안돼! 후회할 거야!를 먼저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부정성이 중심이 되어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차피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우리가 모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다.  결국 100% 나를 안심시키는 완전한 정보는 없다.


모든 선택 앞에서.


결혼을 할 때, 진로를 선택할 때, 경력을 만들어 갈 때, 이직할 때, 회사생활할 때... '갈림길 증후군' 상태에서 의사결정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보자. '무엇이 최악인가, 내가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내게 없는 것은 무엇인가' 보다 '무엇이 최선인가, 내가 지금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게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생각과 마음이 부정적 두려움 보다 긍정적 희망을 먼저 보게 하면 계속 손에 땀이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첨언 하자면, 무작정 긍정과 희망을 생각한다기 보다 미래의 두려움을 먼저 끌어다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주 운전을 할 때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갈림길을 빠져나가야겠다.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손에 땀이나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길을 잘못들면 다시 찾아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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