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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Apr 05. 2022

의사결정 과부하(수세)에서 벗어나는 법

팀장, 선택의 기로에 서다

팀장님! 지난번에 의사결정 부탁드린 것 아직 안되셨으면 오늘 꼭 좀 부탁드립니다! 아, 네 알았어요. 일이 좀 많이 쌓여서 잘 못 봤는데... 오늘 바로 보고 이야기해 줄게요.
"팀장님! 죄송하지만 벌써 세 번째 말씀드리는 건데요....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으셨나요?.
아 미안해요. 사장님께서 갑자기 지시하신 일이 있어서요.... 오늘은 정말 살펴보고 피드백 줄게요.
팀장님, 자꾸 이렇게 결정을 미루시면 제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바쁘신 건 알겠는데 좀 너무하신 것 같아요.

아... 미안해요 김 과장.

이 대화를 보면 팀장이 뭔가 잘 안되고 있거나 계속 쫓기는 듯한 느낌이다. 일 처리가 빠릿빠릿하지 못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참 애처로워 보인다.


불행히도 대화 속의 팀장은 바로 나였다.


나는 이때 알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팀원들 업무를 의사결정 해주랴 위에서 떨어지는 일 하랴 정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팀장은 하나이되 팀원은 여러 명. 갑자기 부서에 일이 많아진 탓도 있었지만 나는 이 많은 일과 의사결정들을 어찌할 줄 몰라 어리버리, 어한이 벙벙해했다. 사실 그때의 일들은 내가 정말 깊이 고민해서 의사결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만큼 혼이 나가 있었다. 덕분에 나 혼자 사무실에 남아 밀린 일처리를 했어야 했다. "팀장이니까 책임감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거지 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던 순간 나는 갑자기 뭐라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억울함이 밀려왔다. 내가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갑자기 수세에 몰리는 거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니면 원래 일을 못했는데 팀장이 되니까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건가?... 나는 흔들렸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계속 밀리는"느낌을 받았다. 내가 팀원들을 움직이는 게 아니고 팀원들이 나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팀의 팀장이 누구지?.. 난데?.... 왜 내가 팀원들이 시킨 일을 야근을 하면서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시킨 일이지만 결국 팀원이 시킨 것 같은 형국이 되었잖아?  



나는 뭔가 수를 내었어야만 했다. 이렇게 있다간 팀장이고 뭐고 울분만 쌓일 것 같았다. 자존감도 끝없이 내려가고 있었고 우울감 때문에 집에서도 와이프에게 괜한 짜증만 내었다. 몇 날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문제가 뭐였을까?....


결국 나는 수세에 몰리고 있던 이유를 알아냈다. 나는 팀장이 이었지만 여전히 대리나 과장처럼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부서를 이끌고 나가는 팀장의 일 방식은 현업 전문가와는 달라야 했다. 물론 현업의 "감"을 갖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나는 나만의 의사결정 기준을 가지고 일과 소통을 다듬기 시작했으며 꾸준한 시도 끝에, 보다 안정적인 팀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의 나처럼 의사결정의 어려움에 빠진 팀장들을 위해 나만의 의사결정 기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었던 세가지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가장먼저 일을 분류해야 한다. <Energy, Stock, Stop, Stream>  

에너지를 쏟거나 저장하거나 멈추거나 흘려보내거나!

팀장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리고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슈퍼맨도 아니다.

나는 팀장 판타지에 빠져 있었다. 팀장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나만의 판타지가 있었던 것이다. 모든 기획안, 품의, 질문, 상의 등등 이 모든 것들을 동등한 에너지로, 동등한 중요성으로, 모두 내가 해답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강박이었다. 하지만 1) 일의 경중 2) 긴급성 3) 나의 역량이 커버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4) 위임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일을 "분류"했어야만 했다. 모든 일을 같은 에너지로 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일들을 동등하게 의사결정의 파일 속에 넣고 묵혀왔다. 그래서 과부하가 걸렸고 결국 난 의사결정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빨리 흘려보내야 할 것들은 그 자리에서 즉시 려보내야 썩지 않는다. 마치 음악을 파일로 듣다가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듣듯이 일도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Your turn!   공은 팀원에게 있다.


팀장인 내가 직접 결론을 내야 하는 일이 있고, "팀원이 결론을 내게끔 도와줘야 하는 일"이 있다. 내가 직접 고민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 일 외에는 팀원들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그래야 팀원도 성장하고)

큰 그림과 방향은 팀장이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팀원들과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팀원들은 팀 전체의 방향도 알게 되고 개인의 목표도 잘 알게 될 것이다. 이제 각자가 맡은 일은 본인이 설계하고 기획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 그래서 팀원이 팀장에게 의사결정을 요청할 때는 한 가지 안이 아니라 적어도 두세 가지 안을 함께 검토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팀장님이 생각해 보시고 결정해주세요!"가 아니라 팀원이 생각하고 있는 안(밀고 있는)에 대해 팀장을 설득하도록 해야 한다(다른 안 보다 왜 이 안이 효과적인지). 결국 공은 팀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담당인 팀원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이다. 팀장은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그 자리에서 결정해 주거나 코칭해 주거나 반려하면 된다.


" 김대리의 생각은 어떤가요?" "김대리의 중심 안은 어떤 것입니까?" "이 안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다른 더 좋은 안은 없을까요?" "이 일의 목적(본질)이 뭘까요?"... 팀장은 주로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통해 팀원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즉, 공을 계속 던지는 것이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그 공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팀원이 던져놓은 숙제를 계속 풀어야만 한다면 나는 "팀장인 듯 팀장 아닌, 팀원 같은 팀장"이 될 것이다.


마지막, Principle(원칙)

팀 운영원칙이 무엇인지 팀원들이 알게 해야 한다. 가령 가장 중요하고 빨리 해야 하는 일은 대표에게 급히 지시받은 일이나 임원에게 지시받은 일 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행이나 의사결정의 우선순위가 갑자기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원칙 내에서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팀장, 팀원 모두에게 해당). 이러한 팀장의 팀 운영 방침이 사전에 원칙으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팀 내 일과 사람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사전에 팀원들이 팀 운영원칙을 이해하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상기 세 가지 방법 외에 더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또 각자의 조직 상황에 따라 잘 적용이 안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두번째 방법, 공을 팀원에게 계속 돌리는 것(your turn)은 사용하는 팀장에 따라 악용될 여지도 있고 눈치빠른 팀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세 번째 방법, 원칙을 세워도 이해하는 것과 감정과는 다를 수도 있다(이해는 하지만 계속 자신의 일이 밀리거나 우선순위가 바뀐다면 감정이 상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도 리스크가 없을 순 없다. 중요한건, 팀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면서 우리 팀에 맞는 나만의 의사결정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팀장 직책을 맡았다고 실전에서 바로 팀장역할을 잘 할 수 있는건 아니다. 팀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야전"에서 진짜 리더가 되어야 한다. 


팀장이 야전에서 리더가 되려면 우선


조직을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장악은 멋진 카리스마를 보여주거나, 덕장으로서 따듯한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전체 방향을 잡고 목표를 세우고 각자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 이 모든 것들이 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거나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방통행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팀원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일을 분류하는 것(energy, stock, stop, stream), 질문을 통해 팀원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your turn), 팀 운영원칙(principle) 이 세가지가 있다면 의사결정 과부하에서 벗어나 좀더 유연하게 팀을 장악하는 리더가 될 것이다.



Photo by Jan Genge on Unsplash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태준열 리더십 코치 신간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876767


태준열 강의분야, 강의프로그램 소개

https://blog.naver.com/mathew626/222887477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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