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책을 권하지 마라

by 태준열

거창하게 인생의 법칙을 이야기 하지만 사실 일반화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나의 작은 생각과 개인적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면 취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시원하게 흘려버리길 바란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내 지인과의 일화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주변 사람들을 돕고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게 좋았던 것을 친구나 가족, 그리고 동료들에게 권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심적으로 힘들 때 도움이 되었던 책이 있었다. 당시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받을 수 없었고 또 그럴 생각도 없었다. 나는 너무 외로웠지만 그 책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이었지만 이렇게도 나에게 큰 영향을 줄지는 몰랐다(하지만 맹신은 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나에게 맞게 잘 적용하면 될 것이다)



실의에 빠져 있는 친구에게 나는 그 책을 권해줬다. 짧게 설명을 해 주고 한번 읽어보라고..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되돌아오는 말은 "아, 나는 이런 류의 책은 안 읽어. 읽어봐야 소용없어. 많이 읽어봤거든. 다시 내 본능으로 돌아오더라고"


나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책을 읽고 변화를 시도해도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공부하면 뭐 해 시험 끝나면 기억도 안 날 텐데...
밥은 먹으면 뭐 해 어차피 똥 될 텐데...
일 하면 뭐 해 어차피 연봉인상도 쥐꼬리만큼 될 텐데....
대학은 가면 뭐 해 어차피 취업도 잘 안될 텐데..
입사하면 뭐 해 어치피 퇴사할 텐데...
장사하면 뭐해 어차피 몇년 안에 망할텐데...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으면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과연 있기나 한걸까?
무엇인가를 시도해서 당장 원하는 모습이 안된다 하더라도 내 미래를 단정 짓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경험이 있어도, 실패를 많이 해 봤다 해도 마찬가지야. 나 또한 책을 읽고 내 삶에 적용도 해 봤지만 아직도 후회되는 짓들을 많이 해. 근데 그게 인간이야. 그렇다 해도 무조건 안된다고는 하지 마라. 너의 인생이 어떤 계기로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풀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아, 한가지 분명한 건 있어.....
그래도 다시 한번 해 보는 사람과 내가 다 해봤는데 소용없더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 거야.

마음속에서 격하게 일어났던 말이었지만 결국 난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화를 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그건 그의 선택이다.


사람이 궁지에 몰렸을 때 두 가지 모습을 보인다. 한 가지 모습은 어떻게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모든 것을 시도해 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실패해도 다시 시도한다. 더 이상 갈 때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사람이다. 보통 이런 사람이 자기 연민에 빠지기 쉽다. 다른 사람을 탓하고 비난하고 화를 낸다.

과연 어떤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내게 닥친 문제 그 자체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크고작은 문제들은 계속되니까.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해결을 넘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바꾸는 것이다.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을 돕는 가장 좋은 길은 무엇일까?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도울길은 없다. 아직 마음이 끝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마음의 심연까지 갔을 때, 더 이상 갈 때가 없을 때 비로소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온다. 그래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때가 바로 그를 도울때다.


나도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을 때, 더 이상 생각도 나지 않을 때부터 미친 듯이, 정말 미친 듯이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마도 나 역시 마음이 끝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했다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다리는 것이다.

회사에 있을 때 직원 코칭도 많이 진행해 봤지만 결국 이것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효과는 극대화될 수 없었다. 본인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너의 문제를 생각해 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장 좋은 코칭 또한 기다리는 것이다.


누군가 당신 주변에서 힘든 일을 겪고 있다 해도 섣불리 그 사람을 돕지 마라. 물론 애정어린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스스로 문을 닫은 사람은 도울 수 없다. 문을 닫은 사람도 열 사람도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매정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그 사람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다.


사람은 마음의 끝까지 갔을 때 무언가를 스스로 찾기 시작한다. 도움의 손길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힘들어 하는 그의 곁에 당신이 있다면, 그가 도움의 손길을 바란다면


그 때 손을 잡아주어라.


사진: Unsplashkiwi thompson

사진: UnsplashQijin Xu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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