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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Sep 17. 2023

을 같은 갑, 갑 같은 을

세상은 사실 "갑 같은 을"에 의해 돌아간다


세상만사를 꼭 갑을로 나누어 볼 필요는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관계든 갑과 을이 항상 존재한다.


상사와 부하직원과의 관계, 친구 간의 관계, 선후배관계, 비즈니스 관계.. 그리고 심지어 부모자식 간의 관계까지 우리는 숨겨진 갑을관계에 의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기업체에 강의를 다니다 보면 팀장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 어쩔 수 없어요. 상사가 갑인데요 뭘. 우린 그냥 을 아니면 병이에요.

- 원래 우리 회사 체계가 그래요. 우리는 뭐 운신의 폭이 별로 없네요.

- 현실에서 가능할까 모르겠네요.

- 좋은 말이긴 한데..... 상사를 바꾸지 않는 한 리더십을 발휘하긴 쉽지 않습니다.

- 우리 회사는 인사부서가 별로인 것 같아요. 인사체계가 좀 그렇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업종이나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하는 말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럴까?.. 글세... 뭐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


난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것이다. 변화 가능한 일이 있고 변화가 가능하지 않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성이 있는 곳 보다 당장 할 수 없는 곳에만 집중한다. 마치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행복한 생각에 집중하지 않고 두렵고 오지 말았으면 하는 불행과 같은 생각에 집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린 안 된다고 한다. 글세... 무엇이든 100%인 것이 있을까?..... 무조건 안 되는 것이 있을까?


우리는 왜 가능성을 보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사이의 틈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일까?


문제가 있거나 힘든 일이 있다면 그것이 할 수 있는 영역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영역인가부터 고민해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냐 하고 싶지 않냐"이다. 할 수 있냐 없냐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가능의 영역에서 무엇인가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완벽할 수 없기에 "틈"을 보는 것이다.


리더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할 수 있는 "틈"을 찾는 사람이다.

할 수 있는 틈을 찾아 진정성과 정성을 더하면
어느새 우리는 "갑 같은 을"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짜로 "을 같은 을"이 되는 것 아닐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항상 갑이 갑인 경우는 없다. 표면적으로 내가 갑인 줄 알았는데 사실 을의 입장인 경우도 많다. 팀장은 팀원에게 을이 될 수도 있다. 임원이나 대표이사도 팀장에게 을이 될 수 있다. 왜 갑은 갑이 아니고 을은 을이 아닐까?


그것은 내가 얼마나 연쇄반응(Chain reaction)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연쇄반응은 나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결과가 얼마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가로 정해진다.


팀장은 실력 좋은 팀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임원은 능력 좋은 팀장에게 의지 할 수밖에 없다. 꼭 회사조직이 아니라도 음식장사도 마찬가지다. 원리가 같다는 것이다. 맛 좋고 서비스 좋은 "소문난 음식점"은 손님이 갑이 아니라 사실 을이다. 물론 숨겨진 관계에 있어서 말이다. 왜 그럴까? 그 음식점은 내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자꾸 생각나고 자꾸 가고 싶어 진다. 컨설턴트나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정말 실력 좋은 강사들은 특별히 영업을 하지 않는다(물론 처음에는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기업이나 교육 에이전시들이 표면적으로는 갑이지만 능력 있고 소문난 강사에게는 이 된다. 그의 강의시간과 일정을 잡기 위해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팀장급 리더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계속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을이라고만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차라리 "갑 같은 을"이 되는 것은 어떤가. 세상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관계에 있어서 내가 갑의 위치가 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을 한번 보자. 나는 을 같은 갑에 가까울까? 아니면 갑 같은 을에 가까울까.


잊지 말자.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정성을 더하고 최선을 더 하여 "갑 같은 을"이 되는 것이다. 굳이 갑이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갑 같은 갑"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무튼
세상은 갑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갑 같은 을이 움직인다.


사진: UnsplashAlex Kotliarskyi

사진: UnsplashBradyn Trollip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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