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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Apr 07. 2024

달리는 택시 안에서 각성하던 날

리더, 불편의 강을 건너다

어젯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까? 그동안  나는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성장해 온 걸까? 갑자기 지난날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인사담당으로 회사 생활을 오래 했고 지금은 조직개발 컨설턴트로서, 기업 강사로서 사업을 영위해 가고 있지만 나도 정말 힘들던 시기가 있었다. 리더가 된 지 몇 년 되지 않았을때, 나는 조직에서 (어떠한 이유로) 궁지에 몰렸고 더 이상 몸과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다. 퇴사를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난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 난 갑자기 이런 다짐을 하게 되었다.

다시는 나에게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


모르겠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당시 내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실력" 때문이 아니라 사내정치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난 그렇게 싹싹하고 센스 있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적막이 흐르는 택시 안에서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아니.... 그것이 사내정치든 뭐든 상관없어. 내가 좀 더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면, 내가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었다면.. 좀 전략적이었다면... 리스크를 충분히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단순히 나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난 내게 일어난 상황을 분석하고 싶었고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짚고 싶었다. 그리고 난.. 위기를 직시하고 싶었다. 다시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순간,  풀려있던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복잡한 머릿속은 명쾌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나는 달리는 택시 안에서 그렇게 각성되고 있었다.


주말 내내 나는 새롭게 해야 할 일들을 적어나갔다. 내게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처절하게 적어나갔다. 단기, 중기 계획을 세웠고 내가 채워야 할 것들, 내가 조직에서 취할 수 있는 스탠스는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취했던 모습들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었고, 생각 없이 했던 말과 행동들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시도했다. 스스로에게도 변화를 위한 저항이 심했던 참 불편한 시간이었다.


결국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는 나를 이런 상황에 놓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지켰다. 나는 회사와 경영진에게 인정받는 리더가 되었고 인하우스 컨설턴트로서 좋은 영향력을 회사에 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나 회사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내게 각성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으니 말이다.



사람의 진짜 변화는 어떤 "계기"에 의해 일어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어 봐야 성장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자가 가진 특성과 환경, 그리고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나에게 닥친 어려움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나를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는 "의지"와 그 의지가 생기게 된 "이유"다. 꼭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아니어도 된다. "더 이상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다거나" "나 스스로 용납할 수 없거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거나"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을 후회하게 해 줄 것이라는 흑화 된 마음이거나..." 뭐든 상관없다. 이유는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내가 리더십에 대해 얻은 작은 깨달음은

누구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떤 이유로든 계기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그 계기 앞에서 "각성"할 수 있는 민감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민감성은 내가 변화할 수 있는 "이유와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때 마냥 힘들다고 만 하고 다른 사람 탓, 환경 탓만 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내가 스스로 변화해야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까지도 누군가를 탓하고 누군가를 비난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난 여전히 환경과 상황의 노예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나의 평온한 게으름을 제지할 사람이 없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히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루즈한 환경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두 상황 모두 위험한 것이며 나에게 각성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것이다.


각성해야 할 신호에 민감하지 않거나
변화에 대한 이유와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진짜 성장은 보이지 않을것이다.

사진: UnsplashVolodymyr Proskurovskyi      

사진: UnsplashDawid Zawił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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