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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Mar 26. 2024

생각을 빼앗긴 조직에 미래는 없다

오랜 시간 조직개발을 하면서 계속되는 의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온전히 자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였다. 우리는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고 관계를 맺는데, 이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좋든 싫든,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돌아보는 삶,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각과 신념은 타인의 에너지를 따라가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생각은 과연 자발적 고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내 행동은 어떤가?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반전이 느껴질 때가 있다. 회사에서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한번 보자. 일 하는 방식이나 생각의 습관, 말투를 보면 어쩐지 예전 상사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상사에 대한 당신의 느낌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은 것이다(필자 또한 이것을 알아채고 빠져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뭔가를 배우기 위해 교육에 참석하거나 독서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강사의 말에 큰 감명을 받아 스스로 행동의 변화를 꽤 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딱 거기까지다. 왜 그럴까? 왜 나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왜 나는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나는 여전히 “소비자”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각의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상사의 말과 행동을 닮아가는 것도, 아무리 좋은 강의를 들어도,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그때뿐인 이유는 “생산자”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생산자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자기 계발 서적을 읽지 않는다고도 한다. 왜 그럴까? 대부분 말하고자 하는 맥락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서, 비슷한 말들의 홍수 속에서 나만의 해석, 나만의 생각이 자리 잡을 때는 변화가 일어난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성공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생각의 소비자에 머물면 안 된다. 생각의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예전 한 직장에서 겪은 일이다. 당시 나는 새로운 조직에 인사과장으로 이직을 했었는데, 입사한 지 며칠도 되지않아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팀장: “태 과장, 성과관리제도 설계에 좋은 경력이 있던데 상반기 내에 시작할 수 있을까?” 우리 회사는 성과관리제도가 없거든. 도입이 시급한 것 같아.

과장: 아 네.. 팀장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어떤 이유로 성과관리제도가 필요할까요?

팀장: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당연히 회사 성과가 좋아지려면 성과가 관리되어야지. 그리고 사실 인사팀이라면 성과관리제도, 역량모델링, 제도 기획 등등 인사기획에서 필요한 것들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과장: 아 네 그렇죠, 알겠습니다. 팀장님과 논의할 부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는 대화를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더 말을 이어나가면 팀장의 기분이 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팀장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맞는 것도 아니다. 먼저 우리의 현 상황에 대해 생각을 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묻고 싶었다.


1. 왜 당연히 해야 하는 거죠? 당연히 해야 하는 걸 하면 뭐가 좋아지나요? 그 당연히는 누가 정하는 건가요?

2. 왜 해야 하는지 분석하고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느 시기에 해야 할지, 어떤 효과가 있을지 논의하고 판단해 본 뒤 시작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3. 성과가 관리되지 않는 이유가 성과관리제도가 없어서일까요?

4. 우리 조직에 맞지 않는 것이라 판단되면 안 하는 것도 맞는 거 아닌가요?


머릿속에 이러한 질문이 끝도 없이 맴돌았다. 아,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가 피곤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리더는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어느정도의 불편함과 피곤함은 감내해 내야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당시 팀장님은 누군가에게서, 어디에선가 무의식적으로 다운로드된 생각을 다시 에게 다운로드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분은 피곤함을 감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생각의 소비자였던 것이다. 생각을 생산해 내는 리더는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히 뭔가를 하자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사관리, 인사전략 등등 현업과 컨설팅분야에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해 보았지만 조직생존과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내 결론은 딱 한 가지로 귀결된다 바로 리더의 생각 수준”이다. 그렇지 않나? 매 년 리더급 교육(워크숍)을 하고 유명한 강사들의 강의, 강연을 들어도 리더들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우리 조직 리더들의 생각 수준은 어떨까? 리더의 생각 수준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전문성? 말을 잘하는 것? 사람들과의 관계?, 인성? 글쎄,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물론 이러한 역량을 가진 리더들이 조직성과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생각이 얼마나 본질로 향하는 가이다. 아무리 전문성이 부족하고 관계 맺는 능력이 부족하다 해도 본질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장한다. 반면에 좋은 경력이 있고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생각의 습관이 본질로 향하지 않으면 언젠가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리더는 무엇보다 “본질로 향하는 생각력을 키워야 한다.

모든 성과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가 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곁가지들이 있는가? 성과지만 자세히 보면 성과가 아닌 것들, 성장했지만 자세히 보면 성장하지 않았던 것들, 이런 그럴듯한, 숨어있는 포장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과연 조직의 진짜성과는 얼마나 될까? 보고되는 그 모든 숫자들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본질로 향하는 생각력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진짜를 가려내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더는 언제나 핵심을 향하고 가려진 껍질을 벗겨내야 한다. 본질로 향하는 생각력이 없는 조직과 있는 조직은 이렇게 구분될 수 있다


생각력이 없는 조직과 있는 조직     



예전에 경영진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직원들은 워크숍이나 엠티를 가면 정말 어떤 사람들보다 즐겁고 활기에 찬 모습이던데... 왜 회사만 오면 좀비처럼 힘이 없어 보이는 걸까?” “일 하기가 그렇게 싫은 걸까?”


이런 의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만약 직원들이 좀비처럼 힘이 없어 보인다면 과연 그것이 그들만의 문제일까? 회식을 하고 이벤트를 하고 엠티를 가는 것이 직원들과 스킨십을 하는 것일까? 선진기업의 인사제도를 우리 조직에 도입하면 뭔가가 좀 달라질까? 자율 좌석제를 도입한다던지 호칭을 바꾼다던지 영어이름을 쓴다고 우리 조직이 수평조직이 될 수 있을까? 그럼 수평조직은 다 좋은 것일까?


역시 생각력의 차이다.

조직에 무엇을 시도하든, 어떤 일을 하든 리더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빼앗기면 안 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부로부터의 모든 자극(학습자료, 지식, 강의, 코칭, 컨설팅 등)은 내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마중물일 뿐이다. 조직이 성장하길 바란다면, 진짜 리더십 성장을 원한다면, 외부의 도움에 너무 의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성공을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생각을 빼앗기는 것은 곧 우리들의 생각까지 외주를 주는 꼴이다.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고력까지 남에게 맡긴다면 과연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 UnsplashAbsolutVision

사진: UnsplashYosep Surahman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https://blog.naver.com/mathew626/222887477329


- 태준열 리더십코치의 출간서적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87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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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열 프로필

https://blog.naver.com/mathew626/222631857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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