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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Feb 04. 2024

리더, 독서깡패가 되지 않으려면

리더, 불편의 강을 건너다

나는 팀장이었을 때 자기 계발 서적에 흠뻑 빠져 산 적이 있다. 그때는 책을 읽으면서 매일매일 성장하는 듯했고 뭐라도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독려했고 꾸준히 독서했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많은 책들을 독파했다. 물론 지금도 책 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독서깡패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쉽게 말해 자기계발 고인 물이 것이다.

책은 그저 책일 따름인데..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깨닫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지 책을 읽는 행위 자체는 본질이 아니다. 오로지 책을 읽고 또 읽고.... 무슨 종교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독서 자체에 집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더 좋은 리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책과 달리 자기계발 책은 뚜렷한 목적이 있는데, 그것은 "행동변화를 통한 성장"이다. 하지만 나는 <실천독서>가 아니라 누군가 귓가에 달콤함을 속삭여주는 <귓전독서>를 원했던 것 같다.


문제는 <귓전독서>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도파민 중독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뭐라할까 힘들 때나 우울할 때, 나는 책을 먼저 펼쳐 들었다.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보다 책에서 받는 위로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뭐, 괜찮다. 책에서 위로받고 힘을 받는 것, 누가 뭐라 하겠나.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었다. 이게 지속되다 보니 행동하는 용기보다 그냥 위로받고 다짐하고 끝이었던 것이다. 현실회피라고 할까? 그리고 다양한 관점과 주장은 오히려 나에게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필자는 한 회사의 조직개발 컨설팅을 하면서 리더육성을 위한 <독서경영>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본격적인 기획을 앞두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독서경영을 하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어떤 성장을 했는지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난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자기성장과 조직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만은 믿고있다. 행동이 따를 수 있다면 말이다.


독서를 하는 것이 개인에게, 회사에게 진정으로 도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독서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을까?

아직 고민이 많다. 어떻게 설계해야 진짜 작동 되는 독서경영이 될까를 말이다.


분명한 건 필자의 예전과 같이 무작정 "독서깡패"를 양성하는 시간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누는 과정은 "축적"을 향한 시간이어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조바심을 갖지 말고 우선 축적하세요, 진짜 축적되면 격차가 생깁니다. 다른 사람과 격차가 나기 시작하면 상황은 알아서 변한답니다.

여기서 나는 "축적"의 의미를 "무엇을 얻게 되는 결과"가 아니라 "무엇이 되는 정체성"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제임스클리어의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본 내용이 나에게 작은 통찰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53p 그림 참고 편집>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어 "축적"하게 되는 과정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기대하는 어떤 결과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되는 것, 즉 정체성"이다.


마찬가지로 리더의 <독서경영>도 조직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결과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 본인들이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가,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근원적인 마음에 더 접근할 수가 있다.


내가 독서깡패가 되었던 이유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 정체성이 먼저가 아니라 당장 무엇을 얻을 것인가. 즉, 결과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미친 듯이 책을 읽으면 목표가 달성된다고 믿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반면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단박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차근차근 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다. 마치 그다음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 계발을 위해 독서하는 이유는 정체성을 세우고 그 모습이
되기 위한 습관의 과정을 만들어, 행동을 통해, 결과에 이르기 위함이다.
그러니...
나의 정체성이 없다면
독서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목표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체성 확립이 먼저다.

TO BE가 되어야 TO DO를 할 수 있다.



사진: UnsplashAaron Burden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 태준열 리더십코치의 출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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