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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Dec 24. 2023

팀장만 교육받으면 뭐 합니까?

리더, 불편의 강을 건너기 7화

팀장이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고 조직이 나아지나요?
오히려 임원급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얼마 전 한 회사의 교육체계 설문을 하면서 나온 응답이었다. 난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음... 그래 맞지 조직이 발전하려면 고위급 리더의 의식변화와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업무 때문에 한 팀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응답을 한 사람이 이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갖고 있는 생각이 딱 그랬다. "팀장 리더십 교육을 하고 워크숍을 하면 뭐 합니까? 임원들의 리더십이 좋지 않거나 조직운영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면... 다 소용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좋은 리더십을 갖고 있어도 그분들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반면에 이 분에게 이런 말 또한 해 주었다.


"팀장님의 걱정과 우려, 그리고 실망감, 모두 공감합니다. 제가 회사에 대해 팀장님만큼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깊은 의견을 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팀장급 리더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은 있지 않을까요?"... 나는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중요한 건 지금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에 생각과 에너지를 집중하면 결과는 실망과 피곤함 뿐이다.

사실 조직개발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이분 말처럼 경영진은 변화의 대상을 본인을 제외 한 조직 전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경영진 스스로가 악의적이거나 의식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성공경험을 갖고 있는, "승자의 뇌"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지 않은가?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일반 직원들보다 성공경험이 더 많고 자부심 또한 강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그래서 "내가 먼저 변화하겠다" 하고 나서는 대표, 경영진이 많지 않은 것이다. 여전히 변화와 성장의 대상은 직원들인 것이다. 그래서 조직개발 컨설턴트는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도 조직 변화의 큰 범위 안에 넣고 생각하되 조금은 더 조심스럽고 현명한 접근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분들에 대한 교육과 성장을 빼놓고 가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팀장들은 성장할 필요가 없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김도윤 작가의 <러키>라는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운이라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알지 못하는 경로로 오는 경우가 있다. 나쁜 운, 좋은 운 모두 마찬가지다. 내가 만약 나쁜 운(일,상황)을 만났다면 거기서 주져 앉을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김도윤 작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족의 불행을 겪었고 자신도 우울증의 늪에 빠졌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게 되었고 스스로 좋은 운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을 뽑아내는 것이다

나는 조직 리더들에게도 이 말을 하고 싶다. 어느 누구나 지금 내 자리에서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건 모두 마찬가지다. 팀원들은 안 그럴까? 임원은 그런 일이 없을까? 사장은 어떨까? 어떤 상황 속에서, 시간 속에서 우리가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럴 때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생기지? 어쩔 수 없어....라는 생각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다음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일 것이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나와 내 주변, 내 팀은 마음만 먹으면 변화시킬 수 있다. 좋은 인사이트를 받고 더 많이 생각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내 의식을 높이고 전문성을 더하고....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교육이든, 어떤 책이든 배울 점은 반드시 존재한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말이다. 나도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모두 좋은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분명 내가 뽑아낼 인사이트들은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야 이 책 참 별로네....." "자기 계발서는 거기서 거기더라..."이런 반응보다 책을 읽을 때 단 몇 개라도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몇 개라도 나에게 도움 될 말이 있다면?" 이런 접근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흙속에 진주를 찾아낼 수 있다.


이 회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업교육의 목적은 조직의 성장이지만 그보다 먼저 개인의 성장을 향한다. 이 회사에서 내가 성장했다면 다른 회사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을까? 모르겠다. 한 회사에서 정년까지 다닌다면 모를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회사에서 받는 어떤 교육도 경험도 지금 나에게, 이 조직에게 쓸모 없는 것은 없다. 우리는 지금 상황에서 나 스스로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 그 교집합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를 교육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팀장만 교육받으면 뭐 합니까?" 물론 안타까움에서 하는 생각이겠지만 이런 생각은 본인에게도, 조직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내 글을 읽을 사람이 있을까?"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뭐 하러 글을 쓰고 있는 거지?"


그런데... 아니다. 나 또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영역은 내려놓고 "어쩔 수 있는 영역을 계속적으로 늘리는 것"일 것이다.


사진: UnsplashThought Catalog

사진: Unsplashpetr sidor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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