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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Dec 10. 2023

Co-opetition, 협력과 경쟁사이

리더, 불편의 강 건너기 5화

TV에서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강연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이분의 강연을 꽤나 자주 보는 편인데 이유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명쾌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생존"을 위한 협력과 경쟁이었다.

성공한 집단을 보면 서로 싸워서 성공한 게 아니고요. 손을 잡았다는 겁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경우가 있는데도 우리는 왜 손잡고 가는 것에 대해 이렇게 인색할까요? - 최재천 강연내용

최재천 교수는 생존을 위해서 우선 협력을 해야 하고 필요할 때는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개념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coopetition(coorperation(협력)+competition(경쟁))이라고 한다 <최재천 교수>


기업들은 예전부터 co-opetition을 자연스러운 생존방식으로 선택해 왔다. 삼성전자, TSMC로 양분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재진입을 위한 일본기업들의 컨소시엄 JOINT21이 좋은 예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산업(특히 발사체)을 비약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하고 있으며 향후 누가 시장지배자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 공동의 생존과 글로벌시장 진출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co-opetition 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생존과 성장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조직 내부적으로도 이미 co-opetition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모든 Project성 일이 그러하다. 부서 내에서는 구성원 간 업무배분으로 협업하고 있으며 부서 간 협력 또한 마찬가지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다수의 인원들이 함께 일을 하고 함께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생겨난다. 바로 힘과 욕구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공동 Project의 성공을 위해 조직 간 협력을 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협력보다 우리 부서 팀원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고 더 중요한 업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생색을 내기 쉬운 일을 맡으려고도 한다. 일의 성공 이후 어떤 리더의 리더십이 더 많이 돋보였느냐, 더 많은 기여를 했느냐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사실, 이것은 대표/임원의 마인드나 평가/코웍시스템, 문화가 많은 영향을 주지만 정말 현실적으로 본다면 어떤 시스템이나 문화도 인간의 근원적 마음을 막기는 힘들다)


또 다른 문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들의 불만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리더에게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초기 기획에서 본인팀의 팀원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냈느냐 아니냐(더 많은 생색이 나느냐 등)에 따라 팀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보다 능숙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coopetition 하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진심으로 함께 하지만 결국엔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해답은


Co-opetition 균형전략에 있다



리더 자신과 팀원, 그리고 공동의 성과를 위한 co-opetition 균형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 4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형제에게 오는 배는 반드시 나에게도 온다". 인생의 황금률은 조직에서도 적용된다. 조직은 사람이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선의의 지원군"을 얻는 것이다. 선의의 지원군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조직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연결된 곳이다. 그런 만큼 보이지 않는 생각과 의지가 조직에 흐른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말풍선을 달아놓으면 엄청난 생각(숨겨진 생각)들이 보일 것이다. 내 성과, 우리 팀의 성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만큼 다른 팀, 다른 사람들의 성과도 나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게 좋은 것은 남들에게도 좋은 것이고 내가 싫은 것은 남들도 싫은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생의 황금률은 조직에서도 적용된다. 다른 팀, 다른 사람들의 성취와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어야 하는 이유다. 솔직히 부러움과 질투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나 스스로를 더 깊은 부정의 골짜기로 인도하는 지름길이다. 결국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다른 사람, 다른 팀의 성과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진심이 전해지면 그들은 무장해제를 할 것이고 결국 선의의 지원군이 될 것이다(절대적인 것은 아니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이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지 않게 하려면 "진심과 선의"가 교통 하게 해 주어야 한다. 내가 먼저 진심과 선의의 에너지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지는 것 같고 밀리는 것 같아 보일 수도 있겠으나 당신의 이러한 모습은 성숙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다. 그러면 당신과 당신 팀의 성과도 진심으로 인정받는 일이 생길 것이다. 부주의한 생각과 행동으로 사람들과 척을 지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 아닐까?


두 번째, honest is best policey. 마음을 숨긴다고 숨겨지는가? 사실, 나도 알고 그들도 안다.

협업을 하거나 공동의 프로젝트를 할 때, 서로의 목적과 욕망을 드러내라. 무슨 말이냐고? 좀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다. 마음속의 욕구를 "공식적인 절차나 시스템"으로 표현하게 할 때 이것은 더 이상 감추어진 욕구가 아니라 서로 공정하게 협의, 합의해야 할 어젠다로 변모한다. 협업을 할 때 대부분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서로 원하는 욕구와 목표를 감추고(그렇게 하라고 선배들에게 교육을 받은 면도 있다) 내 이익만, 내 편의만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행동과 말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결국 감춰졌지만 뻔히 보이는 의도 때문에 감정이 상하고 일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문제는 과감하게 드러낼 때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되고 욕구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 더 이상 이기적인 게 아니게 된다(문제해결과 욕구충족은 드러내고 인정할 때부터 이루어지기 때문). 사람들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다. 드러내고 펼쳐놓고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는 절차나 시스템을 만들자. 그렇게 되면 목표와 기여도, 성과 나눔(share), 업무시간, 인원 투여정도 등 프로젝트의 균형을 잡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문제가 생겼을 때 반응이 아닌 대응을 한다.

<하와이 대저택>이라는 자기발 유튜버가 한 말인데, 난 이 말에 동감한다. 조직에서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내 감정선을 건드리는 무엇인가가 반드시 나타난다. 그게 사람이든 일이든 말이다. 일을 함께 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누군가 나의 감정을 건드리게 되면 즉각 "반응" 하게 되고 이 반응은 십중팔구 "짜증이나 화, 그리고 매몰찬 말"로 표출된다(물론 몇 번은 참을 것이다). 필자도 이런 적이 많이 있었는데 나에게 도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결국 반응을 너무 감정적으로 하다 보면 분은 풀리겠지만, 문제의 대상이 상대에서 나로 바뀌어 버린다. 문제 제공을 내가 하지 않았음에도 본질을 벗어나 내가 문제가 된다면 너무 억울한  아닐까. 누군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문제의 판"을 나 쪽으로 돌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갑작스러운 자극과 행동" 사이에 생각이란 걸 두자. 그럼 잠시나마 쿠션역할은 할 것이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노력 여하에 따라 습득할 수도 있다.

1. 화는 나지만 잠시 생각 좀 다시 하고, 나중에 논리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것

2. 객관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집어주는 것

3. 나의 생각과 의견을 명확히, 냉정하게 말하는 것

4. 화가 날 때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생각해 보고 나중에 행동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등등.... 모두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반응이 아닌 대응"을 할까? 생각을 정리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한번 고민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쉽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갑자기 문제의 대상이 나로 바뀌어 버렸을 때 얼마나 당혹스러운지 말이다. 잘 안 돼도 계속 시도하다 보면 나만의 방법이 분명 생길 것이다. 필자가 그랬듯이 말이다.


마지막 네 번째,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남이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잘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예전에 전사 시스템 도입을 위해 세 팀(팀장)과 공동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다.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었고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열망도 있었다. 우리는 바라는 성과를 위해 함께 논의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일을 처리해 나갔다. 우리는 꽤나 잘 협력했고 과정도 즐거웠다. 하지만 결국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 누가 더 많은 기여를 했는가에 대한 평가는 피할 수 없었다. 나는 함께 협력했지만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었고 중심을 차지하고 싶었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다. 그게 사람의 기본적 욕구 아닌가. 단, 남을 누르지 않고 실패시키지 않고 내가 잘 되는 방법. 그런 방법을 원했다. 다른 사람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월등히 잘할 수 있는 방법. 그런 방법이 있었을까?


특별한 방법은 없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지만 내 자리에서 더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맡은 분야의 목표가 100%였다면 120% 목표로 잡고 일을 했다. 모두 1개를 할 수 있다고 할 때 나는 2개를 해 왔다.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쪼개서 일을 했다. 많은 기업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컨소시엄을 만들고 함께 일을 하지만 결국 각자가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깊게, 열의를 더 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만약 협력 속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싶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요즘 MZ세대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은 "공정함"을 원하는 것이고 쓸데없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싫어하는 것이지 "인생의 황금률" 조차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잘못 정의할 때 문제는 발생한다.  



결국 Coopetition, 협력과 경쟁, 함께 성과를 이루면서도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인생의 법칙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알면서도 모르는 것들이 많다. "알면서도 모르는 것"은 들어서 알고 배워서 아는 것이지만 행동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조직은 사람들이 일 하는 곳이다. 함께 일하면서 선의의 지원군을 만들고, 당연히 가져야 할 서로의 욕구를 수면 위로 올려서 공식화하고 협의할 수 있게 하는 것, 깔끔하게 정리하고 일이 되게끔 하는 것, 마지막으로 나의 성공은 남을 밟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남도 일어서지만 내가 더 높은 곳에 서 있을 수 있도록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사진: UnsplashBraden Collum

사진: UnsplashBraden Collum

사진: UnsplashUsman Yousaf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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