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잉성취자였습니다.

by 태준열

사업을 하다 보면 일이 잘 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런 비즈니스 상황을 떠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이 안 될수록, 수입이 적어질수록 마음이 급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나태해지고 일이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난 일에서 손을 놓기도 했다. "이상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요즘 왜 일하기가 싫을까?. 번 아웃이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도무지 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전 일찍부터 마음이 좋지 않으면 하루가 완전히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어떨 때는 쉽고 편한 일에만 매달리기도 했다. 어떨 때는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기 싫어질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무너지고 생각만 많아지고 편한 일만 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일종의 무기력증이었다. 난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해결하고 싶었다.


생각 끝에 내가 왜 무기력에 빠졌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과잉성취자>였던 것이다



현상: 확실하고 결과가 빨리 나타나는, 그래서 쉽고 분명한 일에만 매달림. 오랜 시간 기다리고 인내해야 하는 일, 당장 결과가 없어도 해야 하는 일에 대한 회피 / 진단: 결과 지상주의, 실패와 거부에 대한 엄청난 부담. 마음이 이를 견뎌낼 수 없음. 이를 "과잉 성취" 행동이라고 부른다.


내 삶이 확실한 성취 결과에만 집중되다 보니 실패하는 경우 큰 충격을 받았다. 안정스런 월급이 아닌 불확실한 수입에 기댈 수 밖에 없다보니 오히려 더 집중이 안되었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기력해 졌다. 누군가에게 거부당하는 일도 그랬다. 그래서 실패할 것 같은 일, 피드백이 빨리 나타나지 않는 일, 보상이 바로 주어지지 않는 일은 포기해 버리거나 애써 외면했던 것 같다. TV 금쪽 상담소에서 말한 오은영 박사(표인봉 씨 딸이 나온 회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잉 성취"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했다. 누군가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여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거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환경에서 양육되었거나 타인과 비교를 자주 당했거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장기적 믿음, 신뢰 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왜? 난 실패하면 안 되는 사람이니까. 실패하면 견디기 힘드니까. 그래서 실패할 수 없는, 빠르고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일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몰랐던 내 행동이 이해되었다.

나는 자신감 있고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 반대였던 것이다. 나의 강한 생각과 행동, 그리고 성취는 약하디 약한 내 마음을 필사적으로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칭찬받고 고맙다는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내 마음이 지켜졌으니까. 반면 시간이 필요하고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일, 거부당할 수 있는 일,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쌓아나가야 할 일에는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마음근력이 없는 것이다. 그럴 때 내가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확률이 떨어져, 안 되는 것은 과감히 버리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여러 가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딱 한 가지만 집중하면 될 것 같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격려와 칭찬이다. 그리고... 괜찮다는 위로다. 생각해 보니 난 누구에게도 "괜찮아 천천히 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괜찮아 다음에 잘 하면 되지'..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말이다. 이제 나 스스로에게 이런 마음을 허용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난 너무 성취주의자였던 것이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
최선을 다했다면 잘한 거야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
안 되면 어때? 또 하면 되지
거절당하면 어때? 또 하면 되지
모든 것은 다 축적되고 있어.


그 누구의 기준이어도 안된다. 오로지 나만의 기준이어야 한다. 내가 만족하고 뿌듯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하고 싶었고 중요했던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이다.


내 꿈과 목표를 포기하자는게 아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내 성실의 "과정"은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자는 것이다. 가끔 스스로를 부정하는 소리가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저항하지는 말자. 이런 마음의 소리도 인정하는 거다. 몇십 년 이어오던 무의식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뀌겠는가. 안쓰럽고 힘들었던 나의 내면 아이를 토닥거려 보내주는 거다. 그리고 이제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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