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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회사가 계속 나쁜 회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2

by 태준열

왜 나쁜 회사는 계속 나쁜 회사가 될 수밖에 없는가?


필자는 대기업에도 있어봤고 가파르게 성장하는 기업에서의 경험도 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심지어 무너져 가는 기업에서의 경험도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24년 동안 HR을 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도파민이 솟아날 정도로 일이 재미있어 죽겠는 시절도 있었고 미친 듯이 회사를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머물고 싶은 회사가 있고 도망치고 싶은 회사가 있는 것일까? 그 차이는 무엇일까?

답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리더들의(팀장급 이상, 임원, 대표) 수준에 있었던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임원이나 대표이사가 리더십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 그리고 어떻게 개발하길 바라는 가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리더들의 수준이 정해졌고 그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망하는 기업을 보면 회사가 이상한 게 아니라 리더들이 이상한 것이다.


필자는 선천적으로 좋은 마음과 겸손을 겸비한 실력자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본래 토양이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이 성장하고 개발될 수 있음도 믿는다. 좋은 리더십은 그 사람의 선천적인 바탕이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긴 하지만(기본이 되어 있어야 스킬 개발도 가능하다) 인간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든 개발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다만, 성장의 "계기"는 필요하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리더들은 리더십 개발의 계기를 만나는게 중요하다. 즉,

자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 개발 방식에 다소 문제가 있거나 아쉬움이 있다.

리더십 교육은 대부분 자발성과는 관계없이 이렇게 시작된다. "뭐가 문제가 있으니 이것을 중점적으로 교육하자" "이런 점이 좀 약하니 교육을 하자, 전문 강사를 초빙해서 6시간씩 한 달, 3~4차 수로 빡세게 프로그램을 돌려보자!" "워크숍을 하자" "서로 대화를 많이 하게 하자" "리더들이 정기적으로 코칭을 받게 하자"... 등등 이런저런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방향성이나 구체적 방식 없이 교육프로그램이 세팅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예 효과가 없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사람의 개발"은 왜, 그리고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가?, 사람에 대한 이해, 나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등 개발 본질에 대한 고민을 더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사람은 누구든, 언젠가, 어느 순간에 리더가 되는 분수령(계기)이 있다. 그 계기는 어려움이나 고통, 실패, 좌절의 경험으로 온다.

리더는 바로 그곳에서 빌런이 되기도 하고 좋은 리더가 되기도 한다.

나쁜 회사는 그곳, 리더들의 분수령(시련의 계기)에서 빌런이 되는 사람들이 많은 회사인 것이다.


개인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선택"이 중요한데, 나쁜 회사는 함께 분수령(계기)을 찾고 그곳에서 리더 스스로 좋은 생각,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리더들의 깨달음(enlightening)이 가장 중요하다. 깨달음 없이 이미 빌런이 된 리더는 교육을 해 봐야 소용없다. 아니, 빌런리더는 퇴출 대상이지 교육대상은 아닌 것이다. 리더십 교육은 좋은 선택을 한, 자발적으로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지" 결코 네거티브를 포지티브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여기서 많은 비효율과 비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자발적이지 않으니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없는 것이고 아무리 변화관리 강의를 하고 외쳐봐도 변화 생각이 없는 리더에게는 그냥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되는 것이다. 즉, 리더십 개발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 단계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업그레이드 개발이 가능하다.


<좋은 리더가 되는 길, 빌런이 되는 길의 차이는 Enlightening(깨달음)에 있다>

(태준열, 어취브랩 copyright)


그림에서 보면, 리더들의 <고통의 해석> 단계와 <생각의 선택> 단계에서 개인적인 깨달음(enlightening)은 중요하다. 어떤 트랙으로 갈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빌런 Track을 선택 한 사람들은 (자신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미안하지만 교육보다 충격이 필요하다. 교육장에서 사람들의 태도나 자세만 보더라도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회사에서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교육으로 개선이 가능한 한 사람인지 아닌지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제자리인 기업은 다 이유가 있다.

나쁜 기업이 계속 나쁜 기업이 되는 이유도 다 이유가 있다.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된 기업도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은

문제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필자는 컨설팅을 했던 기업에서 리더그룹을 만들고 독서클럽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룹을 이끌며 "빌런이 될 소지가 있는 리더와 좋은 재목이 될 리더"를 구분할 수 있었다. 자신이 좋은 리더이기 전에 "좋은 인간"이 되길 바라는 사람도 있었고 회사와 가정 모두에서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를 이끄는 사람이 평생 책 한번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처럼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가 조직개발 컨설턴트로 그 회사에 투입되긴 했지만 사실 난, 얼마 안되어 알 수 있었다. 그 회사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한 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게임 캐릭터를 보면 캐릭터 위에 레벨이 나와 있듯이 사람들도 다 각자의 레벨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굳이 게임이 아니라도..각자 머리위에 떠 있는 레벨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귀가 닳도록 이야기를 하지만 회사의 명운은 그 회사의 리더와 리더십 수준에 있다. 리더십을 바라보는 최고 리더(대표)의 생각과 관점에 있다. 그리고 리더십 개발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다. 리더들의 깨달음이 없는, 생각 없는 기업은 나쁜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리더들이 고통을 해석하는 단계와 생각을 선택하는 단계에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개입하지 못하면 좋은 리더보다 빌런 리더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깨달음이 대단한건 아니다.

그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일을, 어떤 의미로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를 분명히 이해 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은 빌런이 될 수 없다.

우리 회사가 나쁜회사가 되는 이유는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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