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by 태준열

조직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클리쉐가 있습니다.

조직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대화는 한 지점으로 수렴됩니다.

사람이 문제다. 태도가 안 좋다, 책임감이 없다, 주도성이 부족하다. R&R이 문제다... 결국 문제는 제대로 정의되지 못한 채 "리더들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기업은 이런 문제들 앞에서 아래와 같은 선택을 하곤 합니다.


인사(또는 조직개발) 컨설팅, 자문

리더십 교육이나 직급별 교육(강의, 워크숍)

리더 대상 코칭 세션

hr 전문가 채용


조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흐름은 이렇게 갑니다. 그러나

1번의 경우, 멋진 제도를 만들어 놓고 활용을 못 하게 되는 결말이 많고

2번의 경우, 교육은 열심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문제가 원복 되고

3번의 경우, 코칭으로 사람이 성장, 변화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코칭을 딱히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코칭받은 사람도 결국은 조직을 떠난다는 것"...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

4번의 경우, 실력 있는 hr 경력자 또는 head가 오지만 기존에 형성된 문화나 사람들에 의해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전권을 주지도 않음)


특히 조직관리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진짜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요?

오랜 시간 조직을 들여다보고 개선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조직문제는 <구조 문제와 사람의 문제>가 혼재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구분해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계속 파고들다 보면 결국 이런 그림 앞에 멈춰 서게 됩니다.


사람 문제 "처럼" 보였던 대부분의 사례는"구조" 문제였던 것.


모든 문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직이 힘들어지는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는 구조의 문제였다는 겁니다.

참고: A Behavioral Theory of the Firm — Richard M. Cyert & James G. March (1963)

Changes in formal structure towards self-managing organizations Maurer 등 (2023)


한번 생각해 봅시다.

코칭이든 교육이든 잘해서 현재의 리더들이 좋은 사람들로 변하고 역량 또한 좋아졌다고 합시다. 물론 구성원들도 좋은 리더들 밑에서 좋은 팀원들로 성장이 가능할 수 있겠죠. 그런 선순환 구조로 조직이 개발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좋은 리더들도 결국 조직을 떠난다는 겁니다. 짧은 시간 내에 이직할 수도 있고 좀 더 오래 머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 모두 떠납니다. 결국 조직의 리더십은 한 사람이 떠남으로써 공백이 되고 또다시 채용된 다른 리더에 의해 다른 색깔의 리더십으로 채색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것이 좋은 모습이든 아니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조직은 체계와 구심점이 약해집니다. 채용되는 리더의 성향이나 스타일에 의해 조직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때문이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구조가 바로잡혀 있지 않은 조직은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의사결정 권한은 없는데 주도적으로 일하라고 합니다.

보고 체계는 복잡한데 속도는 빠르 길 원합니다.

회의는 많은데 결론을 내는 회의는 없습니다.

결론은 났는데 움직이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는데 뭐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평가는 연봉 조정을 위한 등급 내기로 전락한 지는 오래입니다.

올해 목표는 작년에 쓰던 것을 살짝 업데이트해서 수립합니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쉬운 목표를 잡습니다. 그걸 또 팀장은 용인합니다(조직평가 결과를 위해).

직원만족도 조사를 하고 결국 복리후생 만들기로 끝납니다.

이건 개인의 리더십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를 건드리지 못하면 도돌이표의 향연을 볼 뿐입니다.

영어학원이 잘 되는 이유가 등록하고 잘 나오지 않는 수강생들 때문이고 헬스장이 잘 되는 이유가 등록하고 나오지 않는 회원 때문인 것과 같은 패턴입니다. 그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계속 유지, 반복되는 겁니다. 조직도 계속 교육하고 코칭하지만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매년 똑같은 교육, 똑같은 평가, 똑같은 불평, 똑같은 경영진의 우려가 되풀이될 뿐입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이 조직문제의 해법일까? 아니면,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일까?


조직문제 해결의 출발점

사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회의에서 말하지 않는 직원은 소극적인 사람이 아니라,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 구조를 학습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직원은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졌을 때 엄청난 비난과 낙인찍히는 구조를 학습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그렇게 적응합니다.

참고: “Organizational structure: a review of structural dimensions and their conceptual relationships with individual attitudes and behavior”

“Structural Problems Require Structural Solutions”



조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일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첫째, 어떤 행동을 원하는지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주도성, 협업, 책임감 같은 추상어가 아니라 실제 행동 단위로 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도성’이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스스로 해도 되는지를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둘째, 그 행동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겁니다.

의사결정 권한, 정보 접근 권한, 평가 기준, 회의 방식 등을 함께 조정합니다. 그리고

함께 합의합니다. 행동을 요구하면서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변화 방식입니다.


셋째, 바뀐 구조에 맞는 사람을 기준으로 채용합니다.

이 지점에서 사람의 중요성이 다시 등장합니다. 다만 순서가 다르다는 겁니다.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그 구조에서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겁니다. 그러면 코칭은 교정이 아니라 성장의 도구가 될 겁니다. 코칭도 필요하고 교육도 필요합니다. 다만, 구조를 바꾸지 않은 코칭과 교육은 조직을 제대로 바꾸지 못합니다.


더 많은 방법은 다음연재에 계속~



구조가 바뀌면, 평균적인 사람도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특별히 뛰어난 사람만 필요한 조직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이 정상적으로 일해도 성과가 나는 조직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조직을 바꾼다는 것은 사람만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조직을 바꾼다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질문, 권한, 방법, 보상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사람은 그 구조 안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행동할 뿐입니다.


그래서 조직문제를 사람 문제로 보기 전에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구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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