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준열 Oct 27. 2021

리더, 경영철학 앞에 서다

리더, 문 앞에 서다

오래전부터 가져오던 의문이 있었다. 그것은 회사의 성장과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이유가 무엇일까?
무너져가는 기업은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25년간 인사담당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까지 다녀본 경험이 있고  IT, 제조기업, 서비스 기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을 해 보았다. 대표적인 기업은 온라인 게임 개발사 N사인데, 2008년 매출 400억 에서 지금은 1조를 훌쩍 뛰어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하나는 내가 다녔던 회사 중 가장 잘 안되고 답답하고 시종일관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중소기업이었다. 두 회사 모두 경력직으로 입사했을 때 중소기업이었지만 N사는 내가 회사를 나올 무렵 이미 매출 8천억, 영업이익 5천억의 회사로 성장해 있었고 한 회사는(X사 라고 하자) 지금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물론 이 회사의 끝은 알 수 없다)


무엇이 성장하는 회사와 무너져가는 회사를 결정짓게 만드는 것일까?


어쩌면 두 회사를 비교해 보면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하다.


물론 수많은 논문에서 직, 간접적으로 증명되고 여러 아티클로 참고되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기업을 흥하거나 망하게 하는 요인들은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마치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무너지는 이유는 이미 알아채지 못했던 여러 징후들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하인리히의법칙- 1:29:300의 법칙, 어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법칙)



생각해 보면 가장 잘 되었던 회사도 가장 안 되었던 회사도 그 안에는 공통적인 "징후"가 있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회사에 경영철학이 있는가 없는가 였다.


내가 말하는 경영철학은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회사의 핵심가치 미션, 비전, 인재상 뭐 이런 직원들에게 크게 영향도 주지 않는 문구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철학은 조직과 사람을 관통하는,  짧은 한 단어로 표현되어도 회사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cracy(지배력, ~주의, 예: democracy)를 말하는 것이다.


보통 회사성장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들은 1. 업의 정의, 아이덴티티(identity)  2. 회사의 방향성  3. 비즈니스 모델  4. 우수인재 보유정도 5. 조직문화 6. 전략, 실행력 7. 보유자원 수준 등... 많은 것들이 작용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게,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회사가 어떤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인 것이다.

다시 말해 창업주 또는 대표이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느냐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두 회사의 차이에서 볼 수 있었다. N사와 X사 모두 핵심가치, 미션, 비전, 인재상이 아주 잘 정리 되어 있었지만 N사는 특히 한 단어에만 집요하다 싶이 매달렸다. 그것은 바로 "Wonder"였다. 회사의 모든 가치와 판단의 근거는 Wonder 하냐 아니냐로 갈렸다. 어찌 보면 애들 장난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적지않은 시간 일 해 본 결과 사람들은(리더에서 말단 직원까지) 진짜 이 원더함에 대해 시종일관 고민하고 있었고 또 직원들은 암묵적으로 이를 이해하고 있었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는 원더 해야 했다. "그저 그런 것은 그저 그런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는 슬로건이 회사의 방향과 업무스타일, 그리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 알 수 없는 공감이 내 몸에 철커덕! 감기는 듯했다. 반면에 X사는 전반적으로 겉멋이 들어 있었다. 누구 하나 멋진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회사 인테리어도 너무 멋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실행력이 떨어졌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너무 조심스러웠고 이해가 가지 않는 의사결정도 많았다. 더 중요한 것은 난 이 회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철학적 힘)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단어는 N사의 Wonder가 회사의 모든 것을 말해주듯, X사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해 주는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었고 누구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늘 쓰던 말, 핵심가치나 미션, 비전... 이런 거 말고 당신의 회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주는, 이해 가능하게 해 주는 딱 하나의 단어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단어가 당신 회사의 "철학적 힘"이다(경영철학)



나는 개인의 경험이 일반화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은 어떠한 논거를 기준으로 무엇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회사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한 단어, 그 한 단어가 담고 있는 철학이 왜 중요한지를 말이다. 회사가 성장해 가는 과정과 기울어져 가는 과정, 둘 다를 온몸으로 부딪혀 경험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의외로 복잡한 이유 때문에 쇠퇴하지 않는다.
회사는 그만의 철학과 영혼이 없을 때 중심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인사도 전략도 마케팅도 회사 중심에 흐르는 철학이 있어야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기업은 2019년 기준 약 160만 개다. 그중 대기업은 4,700개, 중견기업은 9,100개, 중소기업은 149만 개다.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종사자를 보면 대기업 410만 명, 중견기업 288만 명, 중소기업이 1,370만 명이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수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모두 합친 수의 거의 두배나 된다. 통계자료를 보았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다니는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그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이미 성장 한 기업이 "좋은기업"이 되지 못하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연구를 더 해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배경 사진: Photo by Brandi Redd on Unsplash

사진:Photo by Headway on Unsplash


리더성장과 자기계발의 모든 것

https://cafe.naver.com/inseongdang


태준열 리더십코치의 신간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876767


작가의 이전글 리더, 문제 앞에 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