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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Nov 04. 2021

리더, 생각앞에 서다

리더, 문 앞에 서다

벤처 케피털도(이하 VC) 때로는 기업투자에 실패한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투자기업에 속는 것이다.

아마도 VC가 속는다면 투자대상 기업이 사기(fraud)와 포장(make up) 그 중간 어디쯤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VC는 결국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붓는 형국이 되어 빠져나올 시점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포장에 속는 것일까?

내 생각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예측하려면 조직이 "생각하는 것을 얼마나 우선순위에 놓느냐"를 봐야 한다. 생각하는 것을 멈춘 기업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이 중요한 조직인지, 또 조직 간 생각의 흐름이 얼마나 원활한지, 얼마나 논의를 활발하게 하는지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때 운이 좋아서 급성장하는 기업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기업은 하루속히 기업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생각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조직의 체질부터 바꾸어 놓지 않으면 그 성장가도는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투자를 하기 전에 VC는 대상 기업의 대표이사와 얼마나 많이 만나고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모습은 면밀히 관찰할까? 조직 분위기를 보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검토 체계가 있을까? 이상하게도 이런 숨어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진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외면의 포장에 속는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숫자는 속일 수 있어도 사람들의 눈빛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생각 즉, 회사(조직)에 대한 생각이든 일에 대한 생각이든 투명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조직은 그 답답함이 직원들의 눈빛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이직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갈 때, 실제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도 회사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면접장소로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가장 먼저 본 것은 사무실의 책상 배치였다. 책상 배치를 보면 어느 정도 조직의 분위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직배치로 팀장이 팀원들의 뒤통수를 보는 구조로 되어 있는지, 수평화 되어 있는지, 대화하기에 편한 배치인지, T자형인지, 팀장과 임원석은 어디에 있는지... 물론 내가 본 것이 100% 판단으로 이어지기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조각 정보로서의 조직 파악은 가능하다. 두 번째는 면접을 안내하는 인사담당의 태도였다. 인사담당의 태도는 조직 전체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얼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성이 좋은 사람을 인사담당으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의 태도가 좋지 않다면 그만큼 인성과 회사의 얼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증거다. 세 번째는 면접관의 질문이었다. 질문에서 리더의 수준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리더의 수준은 그 회사의 수준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사무실의 역동감 이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유명한 중견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책상 배치는 완전한 수직이었고 인사담당은 성의가 없었고 면접관 또한 불필요한 압박면접으로 불괘감을 주었다. 사무실은 마치 절간 같았다. 결국 나는 최종 면접에서 합격했지만 고민 끝에 그 회사에 가지 않았다.


사람들 생각이 꽁꽁 막혀있어 분출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이 담겨 있는 조직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예전에 근무했던 한 회사가 있었다. VC의 투자를 받았고 처음에는 엄청난 투자금에 직원들이 많이 흥문 했던 것 같다. 이제 우리도 큰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아마 대표도 앞으로 펼쳐질 사업기회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투자가치는 채 1년도 가지 않아 수익성 악화라는 패착에 빠지게 되었다. 당연히 직원들의 구조조정도 뒤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인건비와 기타 비용을 아무리 아껴도 기업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만 꺾일 뿐이었다. VC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이 기업에 투자를 했을까? 투자 실패는 명백했다. 그럼 이 실패는 단순한 기술적 분석과 예측의 실패였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본 이 기업은 투자를 받기에 적절치 않은 기업이었다. 왜 그랬을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숨어있는 속살이 거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원칙이 없었고 철학이 있는 듯해 보였으나 행동과 의사결정에 그것이 묻어 나오지 못했다. 회사의 외면은 나이스 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업의 방향도 일의 원칙도 사람에 대한 일관된 철학도 보이지 않았다. 조직운영과 일 하는 방식은 너무 방만했고 새로운 생각과 시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와 직원 간, 직원 간의 신뢰도 없어 보였다. 서로를 의심했고 직원들의 마음은 모래알과 같이 뭉쳐지지 않았다. 리더그룹은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용과 같아서 회사의 의사결정은 좌, 우, 상, 하 갈 길을 잃었다. 서로를 비난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했던 것이다.



나는 이 기업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생각하는 것을 멈춰서"쓰러져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리더가 생각하지 않으면 직원들에게 생각을 장려하지 않는다. 장려하지 않으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생각이 멈추니 사람들의 역량이 모이지 않고, 역량이 모이지 않으니 몇몇 사람들의 독주로 회사가 운영된다. 그것은 사내정치로 변질되고, 소수 권력이 형성되면서 실력 없는 직원들이 권력 주위로 몰려든다. 반면에 생각 있고 실력 있는 인재들은 이탈을 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이 점점 조직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 결국 진짜 생각과 아이디어보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생각과 말과 보고서가 많아지게 된다. 그러니 잘못된 의사결정이 많아지고 조직의 에너지는 사그라들게 된다



기업이 투자를 받아 더 크고 멀리 갈 수 있는 범선이 되든, 홀로서기를 잘하여 빠른 쾌속정으로 진일보를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에 직원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흐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대화, 행동, 일과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생각이 흐르지 않는 기업은 에너지가 모이지 않는다.


에너지가 모이지 않으면

인재육성, 관리, 채용, 사업전략, 영업, 재무회계, 협업, 경영시스템 등 모든 회사의 자원과 역량은 하나의 방향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그저 그런 보이기에 좋은 잔기술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사기와 포장 그 중간 정도에 머무는 기업처럼 말이다.


사기와 포장 그 중간 정도에 머무는 기업처럼 말이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비 정신>이 있다.


배경 사진: Photo by Ryan Ancill on Unsplash

사진: Photo by Window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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