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37% 법칙
옛날 아메리카의 어느 인디언 부족은 추장의 딸과 결혼할 청년을 고르는 특별한 관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큰 옥수수 밭에서 가장 크고 탐스러운 옥수수를 따오는 청년이 추장의 딸과 결혼하는 겁니다. 여기엔 단 하나의 조건이 있었는데요. 한번 지나온 길은 되돌아갈 수 없고, 한번 지나친 옥수수는 다시 가서 가져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큰 옥수수 밭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길을 따라 걸으며,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갈 수 없으며, 하나의 옥수수만을 따오는 거죠. 여러분이 이 부족의 청년이라면, 추장의 딸과 꼭 결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재미있는 설정이죠? 어떤 청년은 옥수수 밭의 초입에서 큰 옥수수라고 생각되는 것을 하나 땄는데, 긴 옥수수 밭을 지나오면서 자신의 손에 있는 옥수수보다 더 크고 굴은 옥수수를 보면서 아쉬워하기도 하고, 또 어떤 청년들은 크고 탐스러운 옥수수들을 모두 지나치고 옥수수 밭을 나오는 길에 그냥 조그만 옥수수 하나를 겨우 건져서 나오기도 할 거 같습니다. 어쩌면 이 옥수수 밭은 우리의 인생 길을 잘 비유하고 있는 것도 같기도 합니다. 지나온 시간은 되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이 인디언 부족의 옥수수 밭 이야기는 판단력과 결단력 그리고 의사결정의 중요함 등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는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가장 큰 키워드는 불확실성입니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불확실성의 연속이지만, 요즘의 경제상황이나 사회 현상에서는 불확실성의 정도가 더욱 더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로버트 스텐버그는 창의적인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을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상황을 견디는 힘이 강하다고 말합니다. 일단 불확실성을 싫어하지 않고 잘 대응하려고 노력하며, 그런 과정을 싫어하지 않되 어느 정도 즐기는 것이야말로 창의적인 사람의 특징이라는 거죠.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요즘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바로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상황에 잘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내가 추장의 딸과 결혼하고 싶은 이 부족의 청년이라면, 어떤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요? 일단 ‘37% 법칙’을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37% 법칙이란 100개 중에 가장 좋은 것을 고르고 싶다면 100개를 모두 살펴보고 고르는 것보다는 일단 37개를 살펴보고 기준을 정해서 그 기준을 넘기는 것을 고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의 방법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앞서 인디언 부족의 청년이라면, 옥수수 밭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가령 100m가 되면, 37m 정도는 그냥 지나가며 어느 정도의 옥수수가 가장 크고 좋은 것인지 기준을 정한 다음, 37m가 넘어서는 자신의 기준을 넘기는 옥수수가 나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겁니다. 이것은 통계에서 모집단을 모두 조사할 수 없을 때, 표본을 추출하여 생각하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여기서 37이라는 숫자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수학적인 계산으로 얻어진 숫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37%를 맹신하거나 꼭 지킬 필요는 없고, 대략 30%에서 40% 정도를 관찰하여 이해하고 그리고 행동으로 옮긴다는 기본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무엇인가 판단하고 실행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성급한 결론의 오류를 범하거나 반대로 결정장애에 빠지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결정장애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성급한 결론의 오류를 범하는 허세는 되지 말아야겠죠. 자신을 믿는 과감한 행동과 무턱대고 결정하는 허세를 부리는 것을 구분하기가 사실 쉽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허세가 아닌 과감한 판단이 되기 위해서는 상황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일 건데요. 이럴 때 37% 법칙을 생각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전체의 37% 정도를 파악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도움이 되곤 합니다.
이것은 신중함과 신속함이라는 키워드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신속하면서도 신중해야 하는데,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신중하고 어느 정도로 신속해야 하는가? 입니다. 그럴 때에 37% 법칙을 생각해보시죠. 모두 파악하며 타이밍을 놓치거나 또는 성급하게 일을 망치기보다는 37% 정도는 관찰하고 이해하고 그 후에는 과감하게 판단하며 행동하는 겁니다.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는 선택의 폭을 너무 넓히면 오히려 실행력도 떨어지고, 선택 후의 만족감도 떨어집니다. 심리학자들이 선택의 역설이라는 부르는 것처럼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의 기회비용을 발생시키는데, 너무 많은 선택 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기회비용을 더욱 크게만 느끼게 하는 겁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하지만, 장고를 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가 바로 악수인 겁니다. 그렇다고 성급한 결론의 오류도 범하지 말아야죠. 방법으로 37% 법칙을 활용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은 항상 일어납니다. 그런 것은 어쩔 수 없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인생은 운이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만의 합리적인 전략을 갖는 겁니다. 이것이 나의 판단과 행동에 만족하고 즐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겁니다. 그 판단과 결정에 37% 법칙을 한번 활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박종하
mathia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