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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링 Dec 20. 2021

유전자 검사 없이 친자확인 하는 법

What the hell.

어제도 '금쪽같은 내새끼' 재방송을 보며 펑펑 울었다. 


어른들이 아이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을 못해서, 어른들이 잘못해서 엄마를 뺏어가서, 어른들의 욕심때문에, '아이가' 울었기 때문이다. 

연출상황? '도' 있겠지. 하지만 아이의 눈물은 거짓이 아님을 알기에 함께 울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우리집과 전혀 다른 상황이니까 울 일 없을 거야. 라고 생각을 하면서 보기 시작하지만 항상 마지막은 비슷한 상태로 마무리 된다.

오은영 박사님의 지적은 날카롭고 예리하다. 보면서 끄덕끄덕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는 판단 타임. 그래 저건 할머니가 잘못했네, 아빠가 잘못했네, 저런 상황이면 아이가 많이 힘들겠다. 

그 후 자연스레 자아비판 타임. 나도 저렇게 할 일 하라고 몰아붙인 적 있는데, 재이도 저랬을까. 


사실, 굳이 '금쪽이'를 보지 않더라도 이보다 더한 이야기를 매일 하는 사람들이 '엄마'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들이다. 내 옆자리 선생님도 그렇고,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13층 아줌마도 그렇고, 우리 엄마도 그렇고, 심지어 우리 시어머니도 그렇다. 


그런데 어제 방송에서는 오박사님이 이상하리만치 이 얘기를 강조하면서 이야기 하셨다.

"이건 절대 할머니가 잘못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럴 의도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요. 우리는 도와주려는 마음 그것 밖에 없습니다. 할머니의 의도는 사랑이고 그건 절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의도는 상관없이 표현하는 방법 때문에 아이에게는 사랑이 폭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 전의 이야기다.

집에서 공부를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엄마표 수학’을 주제로 하는 유튜브를 자주 보았다. 볼수록 정보가 쌓여야 하는데 시청시간에 정비례하여 불안감이 커져 간다.  '세 자리수의 덧셈'은 가로셈과 세로셈 정도는 암산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받아올릴 때 쓰는 조그만 숫자도 쓰지 않고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고등때 수학을 잘하려면 여기서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여태 나는 굳이 가로셈을 빨리, 암산으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시키지 않았다. 가로셈을 세로셈으로 풀어도 거부감없이 정답만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2학년 초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덧셈을 하는 방법도 그랬다. 어차피 답만 내면 되는 연산인데 굳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10자리를 떼어서 생각한다든지, 29를 뺄 때 30을 뺀 후 1을 더하는 식으로) 고민해야 할까 싶어서 대충 넘어갔다.

그 기준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1. 라떼는 가로셈을 굳이 연습하지 않았던 것 같다.

2. 고등학교 기준에서 보면 가로셈과 세로셈을 반드시 암산으로 풀어야 할 이유는 단 한가지도 없다.

3. 고등에서는 연산에서 시간을 쓸 일이 거의 없다.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4. 마지막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을 때, 재이의 거부반응, 아니 포기반응이 도드라졌다.

그리고 위 네 가지 중 가장 강력하고 절대적인 이유는 4번.


그러다가 절대적 기준을 제시하는 유튜브를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내 기준대로 하다가는 구멍이 숭숭해질지도 몰라.


초를 재 보자! " 재지 마! 싫어!" 

심화 문제집 도전이라도 해보자! "하나도 모르겠어,이런거 안해!!" 

받아올림 숫자 쓰지 말아보자! "이거 안 쓰면 못 풀어!" 


또 운다. 고개를 처박고 운다. 나도 운다. 속이 쓰렸다라는 말은 좀 안어울리고, 굳이 표현하자면 마음 중간 부분을 가위로 쭈~욱 자르는 느낌.

방송에서 나온 할머니도 이런 느낌이었겠지.


나 때문에 수포자가 될 지경이다. 도대체 왜 난 이걸 못 놓고 있는 걸까.


방에서 삐져 나오는 아이의 웃음 소리가 듣기 싫어 졌다. 그런 나 자신이 끔찍해지는 느낌. 

아직도 딸이 더 클 수 있는데 자신의 탓으로 못 컸다고 말하는 여사님께 전화해서 고해성사를 했다. 그러자 그 여사님은 그것마저 자기탓이라고 한 차원 높은 고해성사를 하신다. 이길 수가 없다.

이제 엄마한테는 전화 안해야지.


드라마에서는 뭐하러 그리 유전자 검사를 해대는지 모르겠다.

수학공부 한번만 시켜보면 바로 알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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