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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링 Dec 18. 2021

수학적 거리두기/ 2인 인원제한

내 탓 입니다.

저녁 7시 정각. 알람이 울리면 각자 공부거리를 들고 어슬렁거리며 거실 탁자로 모여든다.

재이는 엄마 옆, 지니는 아빠 옆에 궁뎅이를 들이밀며 자리 잡는다.

고등학교 근무때 하던 야자(야간 자율학습)을 모티브로 시작한 수학 공부시간.

노트 넘기는 소리, 사각사각 연필소리, 문제를 읽으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예상했건만


"아빠아~~ 이거 어떻게 푸는 거야?? 문제가 이상한 것 같아!!"

"아, 그건 말이야~~ 소근소근. 키득키득"


복도 감독을 하다가 저렇게 떠드는 애들이 있으면 썩 나오지 못하겠냐고 소리를 지를 타이밍인데, 일단 못들은 척 집중하는 척 해본다. 소리가 잦아 들고 겨우 집중이 될라치면 동생이 문제 읽는 소리에 형아가 째려보고 귀를 틀어막는다. 


"엄마! 지니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돼!" (..... 언제부터 그렇게 집중을 잘 했다고....)

"엉, 원래 그런 중에도 집중을 하는게 진짜 잘하는 거야~" 

"아~~ 안된다고! (귀틀막)"


사실 나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지니가 아빠한테 의존해서 문제를 푸는 모습도 맘에 걸렸다. 


차라리 보지를 말자. 


[공간 분리] 

아빠와 지니는 방, 엄마와 재이는 거실. 

지니의 참신성 돋보이는 문제풀이에 감동한 아빠의 웃음소리가 방문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때마침, 재이는 '저녁 8시에서 다음날 아침 10시까지가 몇시간인지를 묻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엄마와 대치중인 상황이었다. 

나는 힘든데, 쟤는 웃네? 재이의 얼굴은 더 어두워지고, 엄마의 눈꼬리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간다.


"조용히 햇!!!"


닫힌 방문을 향해 뱃속에서부터 호흡을 끌어내어 두성으로 마무리한다.

야자감독 10년의 내공과 재이의 마음을 한껏 담아서.


너와 달리 수학을 재미있어하는 동생의 모습 보는거, 괴로운 거 맞지?

쟤는 아빠 닮아 그래. 넌 엄마 닮아 그렇고.

당분간 2인 모임으로 거리두기를 좀 해보자꾸나.


엄마에게 유책사유가 좀 더 있는 관계로, 4인 모임이 가능할 때까지 엄마가 좀 더 노력해 볼게.


#수학적거리두기 #일대일수학 #아빠수학 #엄마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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