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어주는 단 한 사람
“우리 애가요, 하면 잘할 거예요.”
참 많이 듣는 말이다.
처음엔 그 말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이에 대한 믿음, 아직 펼쳐지지 않은 가능성,
그리고 언젠가는 달라질 거라는 희망.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나에게는 점점 무거운 문장이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하면’을 기다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하면’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다.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도 있고,
마음의 문이 단단히 닫혀 있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왜 자신이 바뀌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표정은 밝고 말도 잘하지만,
변화를 향한 마음은 고요하고 멀다.
부모님은 그 아이가 ‘하면 잘할 거라’고 믿지만,
정작 아이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날은 그 아이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과,
그 아이의 속도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마음이 자주 갈라진다.
그럼에도 나는 매번 같은 곳으로 돌아온다.
나는 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고 싶은 사람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열릴 수 있도록,
변화의 첫 걸음을
혼자 걷지 않도록,
그 옆에 조용히 서 있고 싶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가끔은 뛰어난 선생님보다
포기하지 않고 곁에 있어주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 자리가 허락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자리에 머무르고 싶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
한 문제를 못 풀었다고 해서
너는 안 된다고 단정 짓지 않는 어른.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이가 아직 모르고 있는 가능성을
끝까지 믿어주는 어른.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아이보다 나 자신에게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아이 옆에 조용히 함께 있는,
도움이 되는 단 한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