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안 배웠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책임이 사라진 자리엔 실력도 감정도 자라지 않는다

by 심원장

시험이 끝난 후,
아이의 첫 마디가 이럴 때가 있습니다.

“그거요? 학원에서 안 배웠어요.”

부모님은 당황합니다.
“어? 진짜 안 배웠어요?”
“학원에서 그걸 안 가르쳤다고?”

이 한 문장은
아이의 점수가 낮은 이유를 ‘외부’로 밀어내며
그동안의 공부와 관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누구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르친 사람은 ‘내가 뭘 놓쳤나?’ 생각하고,
부모는 ‘학원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말은 정말 안 배운 게 문제라기보다,
그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배웠지만 이해가 부족했을 수도 있고,
비슷한 개념을 다뤘지만 낯선 표현 때문에 적용이 안 됐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수업을 들을 땐 ‘안다’고 여겼지만
시험장에서 꺼내 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든, 중요한 건
‘안 배웠다’는 말이 아이의 실수와 배움을 가리는 방패가 되는 순간입니다.


공부는 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틀림을 외부 탓으로 넘기는 순간,
배움은 멈춥니다.

실수했다면 왜 실수했는지를,
몰랐다면 무엇을 놓쳤는지를
아이 스스로 돌아보는 힘이 자라야,
그때부터 비로소 실력도 함께 자라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래서 아이가 “학원에서 안 배웠어요”라고 말하면, 그 말의 속뜻을 조용히 되물어줍니다.

“안 배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뭐야?”
“그 문제를 봤을 때 어디서 막혔어?”
“다음엔 어떻게 다시 풀 수 있을까?”

그렇게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사고 흐름을 돌아보게 됩니다.


책임을 누군가에게 넘기는 순간,
아이는 편해질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자라기는 어렵습니다.

불편한 원인을 잠깐 마주하고,
그 안에서 나의 허점을 발견하고,
조금씩 방향을 고쳐가는 그 시간이
진짜 실력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학원에서 안 배웠어요”라는 말에
부모도, 선생님도 너무 빨리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말 너머엔
사실 아이가 자라야 할 자리,
스스로를 바라보는 훈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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