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다녀도 40점인데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멈춰 보이는 점수, 그러나 아이는 문제 속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by 심원장

"학원도 다니고, 문제집도 푸는데 왜 40점일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실망, 걱정, 흔들림이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그 말을 꺼내는 부모님의 표정을 보면
아이보다 더 지쳐 있는 사람은 오히려 어른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수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특히 점수가 오랫동안 멈춰 있으면
이 아이는 이 정도까지인 건 아닐까,
지금 학원이 안 맞는 건 아닐까,
공부랑 원래 안 맞는 성향이 아닐까—
수없이 많은 생각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듭니다.


하지만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40점대는, ‘노력하지 않았다’는 신호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실력의 경계에서 싸우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예전엔 두세 문제밖에 붙들지 못하던 아이가
지금은 열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점수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문제를 끝까지 끌고 가기엔
아직 연결되지 않은 개념이 있고,
흐름을 이어가는 힘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교육심리학자 커트 피셔는
학습의 정체 구간을 ‘고원화 현상’이라고 불렀습니다.
학습이 더 이상 단순 반복으로 오르지 않는 구간.
이 시기에는 외부의 구조화된 정리와 연결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결국, 이 구간을 지나기 위해선
문제 수보다 흐름을 읽는 힘,
더 많은 양보다 생각을 붙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성장의 순간은 꼭 점수로만 오지 않습니다.
문제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던 날,
이전에는 무의식적으로 틀리던 계산을 멈추고
잠깐이라도 ‘왜 그럴까?’를 묻던 순간,
그럴 때 저는 아이가 조금씩
스스로의 사고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40점대는 멈춘 게 아닙니다.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다시 해보자’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이보다 조급해진 어른의 마음이
그 의미를 지나치지 않기를,
그 싸움을 ‘무의미한 정체’로 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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