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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Nov 15. 2024

새벽작문인간 생활의 단점

새벽의 작문 활동은 꽤나 신비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어느 날 우연히 새벽 작문을 하게 되면서, 새벽에 글을 쓰는 게 밤이나 다른 시간에 하는 것보다 무엇이 좋은지, 안 좋은 점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물론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활동의 장점은 매우 명확하다. 이 활동에 매력을 느낀다면 안 할 이유가 딱히 없을 정도로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세상 어떤 만물에도 그의 명과 암이 있듯이, '새벽작문인간' 생활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하다. 그중에는 무시해도 될만한 점들도 있지만, 새벽작문인간으로 계속 남기 어려울 수도 있는 치명적인 부분도 있다.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아내와의 대화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나의 생활 패턴이 새벽으로 변화되었다 해서 아내의 생활 패턴도 나와 같은 시간대로 옮겨오는 것은 아니다. 새벽 시간대에 몰입이 잘 되는 이유가 그 누구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런 단점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나의 주된 활동 시간이 새벽이 아닌 밤이었을 때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아내와 함께 오늘 하루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재미있게 보았던 뉴스거리나 유튜브 영상들, 다음에 놀러 가볼 여행지 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평소에도 말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서, 주로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지만, 아내에게는 어둠을 반쯤만 밝힌 부엌불 아래에서 즐기는 그 수다시간이 매우 소중해 보였다. 


새벽작문인간의 생활은 나를 아이와 함께 깊은 잠의 세계로 떠나보내고 밤 중에 덩그러니 아내만 거실에 남겨놓게 만든다. 아내는 수다를 좋아하는 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즐기는 편이라, 특별히 나의 새벽 작문 활동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활동 시간이 지속되면서, 아내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느꼈고, 이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잠이 드는 시간을 조금 늦추고, 아내와 오랜만에 대화시간을 가졌는데,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쌓여있었다는 듯 신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었다. 그렇게 최근에 가지지 못했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무언가 마음속 한편에 가지고 있던 부담감이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미지 출처 : Canva


또 다른 단점은 지인과의 술자리, 회사에서의 회식 등의 약속을 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평소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긍정적인 면이라 볼 수도 있지만,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저녁시간에 생기는 술자리들을 계속해서 마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는 걸 잘 아는 동료들이기에 그들이 건네는 저녁식사 제안은 결코 고민 없이 던지는 말이 아니었다. 정기 회식 역시 분기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드문 행사였다. 그 외에도 올해 처음으로 식사 한 번 하자는 친구의 제안, 몇 년간 얼굴 한 번 못 봤는데 오랜만에 얼굴 한 번 보자는 옛 지인의 연락... 이런 것들을 정중히 거절해야 하는 것인데, 그 이유도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한다. 


'아... 그게... 내가 새벽에 글을 써야 해서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아...'라고 말하기엔 너무 보잘것없는 변명처럼 보일 것 같아서다. 나는 솔직한 내 마음을 전하는 대신, 아이 핑계를 대거나 다른 이유를 찾아 둘러대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오히려 진실보다 자연스러운 이유가 되었고, 부드럽게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Canva


마지막으로 불가피하게 해야만 하는 야근을 하기 어렵다. 

운 좋게도 매일같이 야근을 해야 하는 환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일이 몰릴 때는 꼭 야근을 해야만 하는 날이 찾아오곤 한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했기에 저녁시간의 내 생체리듬은 파도 같은 졸음을 몰고 온다. 20~30대였다면 이 정도의 수면 부족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을 테지만, 4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이런 생활패턴의 변화는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계속해서 하품이 나오고, 눈꺼풀의 무게가 무거워져 버티기 어렵다.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면 늦게 잠을 청해야 하고, 바이오리듬을 다시 찾아오는데 이틀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그 이틀 동안은 낮 시간에 연거푸 하품을 내쉬었고, 회의시간에도 가만히 있으면 졸음이 찾아와 일부러 말을 더 해야 하기도 했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단점 중에 아래 두 가지는 사실 그리 치명적이지 않은 것들이다. 가장 중요한 단점은 제일 앞에서 언급한 '아내와의 대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직 이 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는 못했다. 이런 고민을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




[새벽작문인간 생활의 단점]

1. 아내와의 대화 시간이 줄어든다. (나와의 생활 패턴이 다르기 때문)

2. (장점일 수도 있지만) 지인과의 술자리, 회식 등의 약속을 잡기 어렵다.

3. 야근하기 어렵다. 저녁시간이 되면 졸음이 몰아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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