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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Nov 01. 2024

밤과 새벽의 차이

밤과 새벽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예전에 어느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분께서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잠을 자는 것이 왜 좋은지 이론적으로 설명해 주시는 것을 들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씩 새벽 일찍 무언가를 하면 집중이 잘되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 막연히 새벽이 몰입하기 좋은 시간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밤에 일찍 잠들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계속되자 어느 날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밤의 나, 새벽의 나, 뭐가 다를까?


'밤'의 나

과학적 또는 의학적 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느꼈던 나의 몸과 정신의 상태를 설명해보고 싶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함께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밤 10시 정도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온다. 물을 한 잔 들이켜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앉고 나서 30분 정도는 약간 비몽사몽이다. 퇴근 후 아이랑 놀고, 함께 샤워하고 나오면 몸이 나른해지게 되고, 그 상태에서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기 때문에 사르르 잠이 들랑 말랑 한다. 깊은 잠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정신을 억지로 끌어 잡아 거실로 나오게 한다. 그렇게 방에서 나와 한껏 잠에 취한 몸과 마음을 책상 앞에 앉혀 놓으니, 다시 맑은 정신 상태로 돌입하기 위해서는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앉아 공부도 하고, 개발도 하고, 글도 쓰고 하다 보면 어느새 깊게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특히 밤 12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집중력이 정점에 다다르고, 잠에 취해있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 때는 정신이 완전히 맑아지면서, 무엇을 하더라도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다 새벽 1시가 넘어가면, 조금씩 몸의 피로가 다시 느껴지기 시작한다. 자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슬며시 고개를 집어넣어 어서 내일 출근을 생각해서 침대로 향하라고 알린다. 


그래, 내일도 생각해야지


책상에서 일어나 양치를 하고, 물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침대로 향해 아이 옆에 눕는다. 아까 아이를 재우기 위해 누웠을 때는 몸이 천근 만근이 된 듯 무겁고 바로 잠들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정신이 너무 맑다. 얼른 잠이 들지 않으면 내일 아침이 힘들다는 생각에 아직 말똥말똥 눈을 치켜뜨고 있는 나의 정신을 우격다짐으로 이불속에 집어넣는다. 어떤 때는 그렇게 맑은 정신을 쉽게 설득해서 잠이 금세 들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도무지 쉽게 잠이 들지 않아 한두 시간을 뒤척이다 잠이 들 때도 있었다. 잠이 늦게 들어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날은 유난히 힘들었다. 


['밤의 나'에 대한 요약]

잠이 들려는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 느낌

일단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면, 금세 몰입할 수 있는 정신 상태로 돌입

그렇게 맑아진 정신 상태에서 다시 잠을 자야 함

이미 맑아진 정신 때문에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잠을 못 잘 때가 있음



'새벽'의 나

자발적인 의지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와 일찍 잠들게 된 계기로) 새벽작문인간이 된 나의 몸과 정신을 되돌아보았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가...


전날 밤 9시에서 9시 반 사이에 아이를 재우면서, 나도 함께 누워 잠을 청한다. 하루간 쌓인 몸의 피로감이 침대 속으로 이전되면서 자연스레 잠을 청한다.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대로 자기만 하면 된다. 새벽에 일어나는 루틴이 생겼으니, 새벽 4시 10분에 알람을 설정해 놓는다. 4시로 하지 않고 4시 10분으로 하는 이유는, 10분이라도 더 자고 싶다는 얄팍한 욕심 때문이다. 


그렇게 잠든 후, 새벽에 일어나면 약 6시간 반 정도 자고 일어난 꼴이 된다. 평소 1시에서 2시 사이에 잠이 들어 7시에 일어날 때보다 더 잠을 많이 자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벽 4시경의 나의 몸과 마음은 상당히 가볍다. 가볍게 세면을 하고, 물을 한 잔 따라 책상 앞에 앉는다. 


4시 반부터 7시 반까지 깊은 몰입감으로 글을 쓰고, 책을 볼 수 있다. 몸은 자고 싶은데 억지로 끌어당겨 무언가를 하는 느낌이 밤이라면, 새벽은 그런 강요 없이 온전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깜깜한 창 밖의 명암이 마치 그라데이션 효과처럼 점점 밝아지는 것을 보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느낌이 좋다. 


새벽에 하고 싶은 작업을 마치고,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간도 여유롭다. 평소 겨우 일어나 다급하게 씻고 준비해서 헐레벌떡 출근을 하게 되는데(게다가 밤늦게까지 작업하고 잠든 몸...), 새벽 일찍 시작한 하루의 아침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여유롭다. 아침의 시간은 완전한 나의 통제 안에서 흐른다. 


['새벽의 나'에 대한 요약]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취침시간

'밤의 나'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면시간

상대적이지만, 밤보다 더 깊게 느껴지는 몰입감

맑은 정신으로 집중할 수 있는 새벽시간

맑은 정신 그대로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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