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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Aug 29. 2020

싱글맘에게 가족이란.

초등학교 입학식 때 겪은 일.

2017년. 딸은 초등학교를 입학했다.

첫 입학 날의 모습은, 유치원 졸업식날 입었었던 하얗고 부드러운 털이 있는 외투를 입었고 단추는 동그랬는데 색깔별로 귀엽게 달려 있었다. 연분홍색의 핑크색 책가방은 입학 선물로 아이의 아빠가 사준 것이었다. 체구도 작은 딸이 큰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했다.


얼마 후 학교에서 각종 안내장이 왔었다.

필요한 학용품 등이 적힌 종이와 가족관계와 비상연락처 등을 작성 해오라는 서류였다.

가족관계.. 나는 망설였다.

아버지 칸을 비워둬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적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이혼을 해서 배우자가 없는 것은 맞으나 딸에게 아빠가 없다고 해야 되는 것일까.

그리고 선생님이  가족 관계를  보고 편견을 갖지 않을까.

딸의 친구들이 행여나 종이를 보고 왜 비었느냐고 묻지는 않을까.


나는 칸을 채웠다.


하지만 곧 밝혀야만 했다.

입학 후 가족사진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수업 재료인듯했다.

'사진이라..'

딸의 표정을 살폈다. 어떤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요즘에 사진을 인화하는 경우가 있을까? 갑자기 준비해야 했다. 유치원 때 아이와 여행을 갔다 온 직후 휴대폰의 사진을 몇 개 인화한 것이 있었다.

그중에 아이와 고른 것은, 나와 딸이 있는 사진과  친정엄마가 키우는 강아지를 안고 있는 딸의 사진.


괜찮을까. 걱정됐다.

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사실 저는 아이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미리 알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가족에 대한 수업이 있다고 해서
사진을 몇 장 보냈는데 혹시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지 않을까 걱정되어 연락드렸습니다.

학교를 다녀온 딸에게 오늘 학교에서 잘 보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났을까.

나는 거실에 앉아있었는데 딸은 안방의 입구에서 얼굴만 살짝 내밀고 물었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아빠랑 이혼했어?"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엄마, 태영이가 그러는데 아빠가 없는 것은 이혼한 거래."

나는 이런 순간을 늘 생각했었다. 하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괜찮을까.

"응. 맞아. 엄마랑 아빠는 같이 안 살아. 이혼했어."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었다.

"엄마 이혼하지 마. 아빠랑 다시 살면 안 돼?"



그 날밤. 나는 이런 날을 대비해서 계속 생각하고 준비했던 말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모습으로 살지 않는단다.
엄마랑 사는 친구도 있고, 아빠랑 사는 친구도 있어.
그리고 엄마 아빠랑 사는 친구도 있고,
엄마 아빠 친구랑 동생 이랑 사는 집도 있어.
어떤 친구들은 할머니와 살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살기도 해.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아이가 없이 살기도 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있단다.
아마도 너의 주변에는 엄마 아빠 친구가 사는 집이 많을 테야.
하지만 우리처럼 사는 집도 있어. 그러니 울지 말아라.
같이 살진 않지만 너에겐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도 있잖니.

엄마는 엄마지만 아빠이기도 해. 괜찮아.

많이 안아줬다.
왜 이혼했느냐는 말에는
아빠랑 살면 엄마가 너무 많이 아파서 그랬어.라고 말해주었다.


나의 답변들이 딸에게 충분한 대답이 됐는지 모르지만

그 뒤 이혼에 관한 드라마나 이야기가 나올 때면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작년 어버이날이었다.

10살이 된 딸이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엄마, 아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전 부모가 있어서 행복해요. 엄마 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나에게 예쁜 옷과 가방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좋은 학원을 다니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아빠 난 같이 살지 않지만 난! 아빠를 언제나 사랑할 거야.

엄마, 아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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