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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Sep 02. 2020

이번 주 금요일은 등교 X

학교에서 온 알림.

초등학교 개학한 지 2주일.

매주 화요일, 금요일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원격 수업을 들었다.



코로나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날 훅 들어온 코로나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처음엔 지나가는 독감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코로나는 점점 번져갔다.
 사람들은 곳곳에 소독약을 뿌렸다.
이 지역에 코로나가 생겼을 때 두려움에 떨었다.
인터넷 카페 게시판엔 코로나가 걸린 사람의 신상이 털렸다.
코로나도 무섭지만 사람들의 신상 털기가 더 두려웠다.



혹시나 코로나가 걸리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신상도 모두 털리겠구나.



학원들이 휴업을 했다.
지하상가의 가게들은 비었고 거리는 조용했지만
TV에선 코로나 뉴스로 떠들썩했다.



어느 날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가 부족해서 약국 앞에 당번 날짜에 가서 줄 서서 기다려야만 살 수 있었다.
인터넷에선 마스크가 비싸게 팔렸고 주식시장은 마스크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공공기관에는 가림막이 쳐졌고 들어가는 입구마다 체온을 체크하고 방명록을 작성해야 했다.
마스크를 잊고 대문 밖을 나섰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서 챙겨 나오는 일도 생겼다.
회사에서 밥을 먹을 때도 마주 보고 먹지 않았고 한 칸씩 자리를 띄웠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은 담임 선생님의 얼굴을 원격 수업을 하면서 처음 봤었다.


원격수업 첫날.
딸이 수업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돼서 회사에 연차를 냈다.
딸은 얇은 분홍 내복을 입은 채로 눈 비비며 컴퓨터를 켰었다. 출석 방에 들어가서 출석 체크를 하고 동영상 강의를 하나, 둘 들었다.
방학이 너무 길었다.
한동안 학원도 문을 닫았고, 딸은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넷플릭스에서 나오는 같은 드라마를 여러 번이나 반복해서 보고 있다. 앞으로 재생했다가 뒤로 재생했다가 대사를 외우기까지 한다.



방도가 없다. TV를 끄라고 말할 수도 없다.
온종일 혼자 있는 시간. 무엇을 한단 말인가.

"드라마 작가할껀가보네?"라고 말했다.
 딸은 웃었다.




밥이라도 잘 챙겨 먹어주길 바랬다.

아침에 밥을 차려 놓고 나왔고 냉장고에는 반찬통마다 포스트잇을 붙여뒀다.

퇴근 후 그대로 있는 밥을 봤다. 과자봉지며 간식들이 널브러져 있다.

밥을 먹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뭐라도 먹었으니 됐다. 챙겨 먹었으니 다행이다.

햇반과 김을 사뒀다. 다른 반찬들이 챙겨 먹기 힘들면 그거라도 꺼내서 먹길 바랬다.

배달앱도 자주 이용했다. 나는 두 개씩 시켰다.

최소금액에 맞춰서 시키는 것도 있었으나 딸이 혼자 집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문을 할 때 음식은 두 개를 주문하고 문 앞에 두고 가시라고 메모했다.

집에 와서 보면 하나는 먹었고 하나는 식어있었다.

배달앱에선 지난달보다 이번 달에 배달음식을 더 시키면 할인쿠폰을 줬다. 나는 쿠폰을 쓸 수 있었다.






코로나가 점차 줄어들었다.

아이들의 개학날이 다가왔다.

격일로 학교를 갔다. 월, 수반이 있었고 화, 목반이 있었다.

딸은 화, 목반이였는데  4학년 반 친구들 26명 중 13명을 학교 가는 날 만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썼으며 급식소는 테이블에 칸막이가 쳐져있다고 알려주었다.

학교 간지 10일째인 지난주 주말 불안했다. 뉴스에서 코로나가 다시 번지고 있었다.

오늘 화요일 학교 가는 날이었다.



학교에서 알림이 왔다.


'이번 주 금요일은 등교 X
(다음 주 화요일에 등교합니다.)'


다시 시작이다. 코로나.

나는 마음이 급하다.

퇴근 시간이면 시계를 본다. 부장님을 본다. 운전대를 잡고 달려서 집에 왔다.

혼자 11시간을 보냈을 딸을 안아준다.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보낸 하루에 감사한다.

나는 코로나 백신이 빨리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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