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보통 별 이유 없이 연차를 냈을 때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두번째 직장을 재직할 때는 별 이유 없이 연차를 내면 보통 아주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 거실에 있는 티비로 유료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서 행동의 제약이 분명히 있었고 부모님이 외출에서 돌아오시면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으로 무얼 보거나 핸드폰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주말이나 연차를 낸 평일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생활을 했던 것이다.
지금 재직중인 회사를 다니고 나서는 특별한 상황이 없는 경우엔 연차를 잘 안냈다. 코로나 시기와 겹쳐서 일주일에 1번은 재택근무를 했고 결혼준비를 할 때 외에는 연차를 낼 정도로 특이 사항이 잘 없었던 것이다.
오늘이 바로 그 드문 하루의 연차를 낸 날이다.
환절기인가 자꾸 몸은 쑤시고 꾸역꾸역 걷고와서도 할일이 딱히 없어 어질러진 집을 치워놓고 이 글을 다시 남기는 중이다.
남편과 같이 있는 주말과는 사뭇 다른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영 어정쩡한 기분이다.
습관처럼 나는 채용 공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습관은 아마도 첫번째 직장을 퇴사했던 스물여섯 무렵부터 생겨난 것 같다. 그냥 무의식중에도 계속 어떤 공고가 떴는지 나한테 조금이나마 적합한 공고가 있는지 습관처럼 훑어보곤 한다.
딱히 이직 생각이 없어도, 딱히 현재 직장생활에서 불편함이 없어도 채용 공고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마주할 때마다 정말 습관이 무섭구나 싶다. 게다가 이 습관은 흡연을 하거나 밤 새워서 게임을 하거나 하는 습관처럼 누가봐도 백해무익의 습관이 아니라서 나 자신에게 이 습관을 고치라고 설득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내가 계속 이렇게 채용 공고를 바라보고 있을까 살짝 걱정스럽긴 하다.
일을 아예 안 하면서 하루를 지내기란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어느순간부터 그렇게 되어버렸다.
싸돌아다니기엔 내 체력이 매우 저질이다.딱히 사고싶지도 않은 물건을 보러 쇼핑몰에 가고싶지 않다.
커피를 먹자고 까페에 혼자 찾아가자니 나는 운전을 할줄도 모르고 집에서도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 샷을 언제고 내려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오늘 밖에서 커피를 이미 2잔이나 소비했다.)
좋아하는 여자 유튜버가 있는데 나보다 2살 정도 많고 그녀는 나와 유사한 직종의 첫번째 회사를 때려친 후 몇몇의 회사를 좀 더 다니다 지금은 완전히 프리랜서로서의 삶에 정착해 있다.
그 사람의 브이로그를 보고 있으면 사부작사부작 참 혼자서도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 같아 가끔은 신기하고 부럽다.
나는 회사의 특성상 시킨 일을 잘하는데 집중하고 시키지 않은 일은 최대한 거리를 두고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처럼 이렇게 붕 뜬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모든게 애매모호해지는 기분이다.
이미 공휴일인 어제 나는 넷플릭스도 충분히 봤기 때문에 지금은 이 유튜버의 예전 영상을 플레이리스트로 틀어놓고 있다.
쇼핑몰이 싫으면 사람이라도 만나고 싶어할 법 한데 나는 아니다. 사람을 마주보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앉아서 2시간 떠들어대고 싶지도 않다. 요새는 해야할 말이 아닌 이상 삼가는게 제일 좋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히 사람이 그립지않다. 나는 지금 내 바운더리 안의 사람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이렇게 나는 일기 흡사한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이리라.
배가 고파지면 집에 있는 짜파게티 하나를 끓여먹을 생각이다.
벌써 2시가 다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