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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Mar 23. 2022

미니돈까스


젊은 친구들은 알까 모르겠다. 미니돈까스.


내가 유치원, 초등학교 다닐 무렵 나처럼 편식이 심한 사람에게 딱인 도시락 반찬이었다.


그게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났다. 배달로 흔히 시켜먹는 돈까스 말고 그 미니돈까스.


남편에게 오늘 별 생각 없이 보냈던 명품 가방 스샷 하나로 남편과 어이없게 잠깐 싸웠다.


꼭 사달란 의미가 아닌데 그걸 보고 꼭 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남편은 그 가방에 가격을 혼자 찾아봤던 것 같다.


난 그냥 예뻐서 보낸 건데 그걸 보고 물건값까지 찾아낸 이 남자는 안하던 반응을 보였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하는 말이, 그걸 사주고 싶은데 못사줘서 마음이 안 좋단다.


그거 한개 보낸게 이렇게까지 큰 파장이 있을 줄이야.


싸웠으니 맛있는거 해달라고 남편에게 이야기 했고 그때 말한 메뉴가 된장찌개에 미니돈까스다.


먹어봤는데 무척 맛있었다. 그리고 남편과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먹었다.


요새 남편이 다이어트를 꽤 진지하게 진행중이어서 저녁 메뉴가 겹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왜 그게 그렇게 속이 상할까.


차라리 니가 돈 버니까 니 돈으로 사서 들고 다녀라고 한마디 하지.


사실 나는 시각적으로 그게 예뻤을 뿐이지 그게 꼭 갖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빠 눈에는 내가 그게 꼭 갖고싶은 듯 했다는 것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여간 나는 오랜만에 미니돈까스를 먹었다.


집에서 입고 있는 티셔츠는 예전에 엄마가 사온 티셔츠를 나에게 준 것이었는데 남편은 그 티셔츠 색에 얽힌 내가 해준 이야기도 그대로 다 기억하고 있다.


월요일엔가 나에게 하는 말이, 자기가 만약 oo대학교에 안 들어갔다면, 그리고 자기가 만약 선생님이 됐다면 나를 못 만났을거라며 모든 우연이 모여서 내가 널 만난거라고 얼마나 신기하냐고 그러더라.


저런 말을 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생각까지 할까 참 신기하다.


남편이 해주는 밥을 먹고 맛있다고 할 수 있는것도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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