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의 일기

by Minnesota

어제는 스트레스를 단시간 안에 확 받아서 일까,

일순간부터 배도 안고픈데 이것저것 먹기 시작했다.


사실 어제 아침에 그 미어터지는 지하철을 1시간 넘게 타고 간것만으로도 나에겐 무리였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에 합격 결과를 알고났을때 1분 정도 기분 좋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부담'으로 느껴졌다.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 합격하게 되면 또 회사를 다녀야하는 '부담'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모니터에서 합격 글자를 보면 안도감과 동시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


회사생활을 안해본게 아니고 오히려 다른 사람 대비 더 해보면 더 해본듯 하니까

너무 잘 아는 다음 단계를 알아서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계속 받고 있었다.


꽤 오래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지인에게 면접 봤단 소식을 알리자,

왜 벌써? (면접을 왜 벌써 보니..쉬는게 아니었니?)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나도 아직 준비가 안됐고 이걸 지인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지칠대로 지쳐서 뒤도 안돌아보고 퇴사했는데 면접에 가서는 열정과 열의를 보여주고 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집에와서 먹고싶지도 않았던 것을 먹게 되었고, 결국 오늘 속이 너무 안좋았다.


남아 있던 소화제를 털어넣고 집에 와서 밥을 먹는다는 남편 밥을 차려줬다.

1kg 야채 믹스 사둔 것은 오늘 나와 남편이 1/2씩 해치웠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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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저녁도 외식을 하고 화요일도 배달을 먹어버린터라 나머지는 정말 철저하게 집밥을 먹을 예정이다.


이제 내 몸도 예전같지가 않은지 예전에는 1일 면접 2개씩 본 적도 있건만,

면접 1개 보고 이렇게 지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원하는대로 다 먹고 소화도 못시켜서 다음날 아픈 배를 부여잡고 일어나는 처지다.


살빼기도 살빼기인데 이제 내 위장이 약해져서 도저히 스트레스성 폭식은 금지다.


본래 근거지가 광화문이었고 그곳도 직장인 천지이지만 어제 갔던 강남에 대한 인상은 갈때마다 '차갑다.'

강남에서 일해본 적은 없고 친구 만나거나 어제처럼 면접 본 적은 있었지만 갈때마다 나와는 그렇게 맞지 않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제는 남편에게 이실직고했다.

면접을 보고 느낀 점과 일을 하고 싶으면서도 하기 싫은 나의 양면적인 마음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남편은 남편대로 실적이 저조한 현재 직장 생활이 힘겨운 탓에 내 말을 그렇게 주의깊게 들었을까 싶다.


하여간 나는 몇달간 면접을 보다가 정 내가 회사생활을 못하겠다 싶고 아니면 결과가 안좋다면 그냥 까페를 하나 차리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아무래도 나는 이렇게 집에 있는 편이 가장 좋은 사람같달까.

가정주부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돈을 벌더라도 집에서 멀리까지 지옥철을 타고 가서 원치 않는 스몰톡을 해가며 야근도 함께 으쌰으쌰하는 그런 스타일은 영 아니라는 것이다.


어제 면접을 보며 느낀 점은 이 곳은 특히나 일이 빡셀 것 같단 징조를 여러개 느껴서 일까.

사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나오든 상관이 없는 심정이다.


지금 이 글도 겨우 정신차리고 속에 약을 털어넣고 샐러드를 우겨넣고 빨래를 해두고서 겨우 쓰고 있다.

머리는 여전히 띵하고 속은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어제 본 그 곳이 아니어도 나는 어딘가엔 합격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면접 볼 땐 연기를 해야만해서 연기를 하고 나왔다.

그 연기가 나를 지금 이렇게 아프게 만드는 것 같다.

속이 아프고 온몸이 쑤신다.


커피를 3잔이나 마셔서도, 어제 이것저것 몸에 나쁜 음식을 많이 먹어서도가 아니라.

그냥 내가 싫은데 좋은척해서 그런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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