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글을 비공개로 쓰는 일이 잦아졌다.
공개용 글을 쓰기가 꺼려지는 이유는 별 게 없다.
나만의 일기를 쓰고 싶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이미 1개의 글을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두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그 글은 저장용이다.
날씨는 계속해서 겨울에서 봄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의 변화라고 한다면,
나는 주로 무표정을 하고 살아갔다면 요새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강아지들이나 오리, 새를 보면서 웃는일이 잦아졌다. 웃는다기보단 미소라는 표현이 맞겠다.
근래들어 하늘이 자꾸만 새파래진다.
원래부터 새파랬는데 내가 몰랐던 것일까.
흰 구름 조차 몇개 없는 새파란 하늘을 자주 바라본다.
빈 속에 커피 한잔을 채워넣고 달달거리는 경운기마냥 여의도 한 바퀴 도는 정도를 걷고 온다.
주로 대낮의 한복판에 걷는다. 여름이라면 그 더위를 견디기 어렵겠지만 지금은 걷기에 최적의 시간.
특별한 생각을 하진 않는다. 나를 옥죄고 있던 것에서 벗어난채 걸을 때 나는 비로소 주변을 명확하게 인지한다. 무언가에 매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양각색의 색깔과 소리가 좀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남편이 없는 낮 시간은 주로 이렇게 흐른다.
아무것도 틀지 않으면 정적이 나를 감싼다.
가끔은 정적도 나쁘지가 않다.
만성피로는 사라진지 오래다. 계단 1개를 올라가기 힘들던 내가 치유되고 있는 모양이다.
무엇보다도 혈색이 맑아진 듯 하다. 남편 말로는 쉬니까 더 예뻐지는 것 같고 더 애 같아진다고 한다.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나에겐 그만큼 가치가 있는 시간인 듯 싶다.
어느 전시회에서 받아온 포스터를 한 장 더 내 컴퓨터 책상 앞에 붙여두었다.
살짝 고개를 들면 내 좌우로 그림이 보인다.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해변에 누워있는 사람과 강아지, 다른 하나는 토끼와 새끼양, 딸기 등이 나와있는 포스터다.
이 집에서 산지도 3년째인 것 같다. 20년도 여름부터 살았으니까 말이다.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내 기준에서 물이 흐르는 산책길에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이곳은 살기에 좋은 환경이다.
그리고 이태원이든 홍대든 차로 10분거리에 수많은 맛집이 있어서 좋다.
가끔은 왜 그리도 부모님 집에서 오래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때 당시엔 어쩔 수 없었을 것이고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서도
그곳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게 분명한데, 그 때의 내가 가엽다.
더 이상 그곳에 있지 말라는 신호처럼 내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게 아닐까 싶다.
벌써 곧 4시다. 혼자 있는 시간은 고작 2시간 30분 정도 남아있다.
내일은 아침부터 바쁠 예정이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