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백수 생활

by Minnesota

4.10.(월)부터 입사니까 약 10일간 백수 생활을 오늘부터 시작하게 됐다.


회사에서 토요일 출근을 1달 동안 총 2번이나해서 당일엔 싫었는데 그 덕분에 마지막날 대체휴무 쓸 수 있어서 좋다. 안그랬으면 또 하는 일 없이 사무실에 매여 있어야 했을 것이다.


눈 뜨자마자 돌비의 공포라디오를 들으며 무당이 되고 싶어했던 여자의 처참한 말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구독까진 안했다가 이젠 아예 구독해놓고 아침 7시 이후에 올라오는 영상을 제일 먼저 본다.


어제부터 여행을 가야하나 도대체 뭘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하곤 있는데,

정말 나는 집순이가 되버린 것인지 여행도 안 가고싶고 집에 이렇게 있는게 제일이다.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한군데에 시켜놓고 빨래를 돌리고 남편이 어제 잘라둔 사과를 꺼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먹고 있다. 날씨는 굉장히 좋은 듯 하다.


요새는 특이한 꿈을 자주 꾼다.

오늘은 글쎄 생전 나온적 없던 첫번째 남자친구가 꿈에 나왔는데 꿈에서도 그때처럼 우린 싸우는 중이었다.

걔랑 특히나 많이 싸우고 힘들게 진빠지게 연애했던 것 같다.

걔랑 나는 지금 생각하면 참 안맞는 사람들이었는데 왜 굳이 그렇게 연애를 했을까?

누구 하나라도 매몰차게 끊었다면 차라리 덜 상처받고 새로운 인연을 좀 더 빨리 만나지 않았을까.

물론 그때는 이별이 너무 힘들었지만 말이다.


어제는 반나절을 회사에서 마무리하고 집에 와서 쉬다가 허리 부근이 다 터져버린 내 치마와 쟈켓 두 벌을 클린토피아에 가서 맡겼다. 수선해주는 아주머니가 옷이 이렇게 작아질수 있냐고 물으시길래 옷이 아니라 제가 살쪄서 그렇죠 뭐 라고 대답했다. 수선 안 맡기면 회사에 입고 갈 옷이 없어요~ 라고 하니 웃으시더라.


아무래도 터진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라 거의 박살 수준이라 다 뜯어 고쳐야 할 판인 듯 하다.

그런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퇴사일인데 뭐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걸으러 나갔다.

4시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애매한 시간에 벚꽃 보러 참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나는 귀찮은 상태에 억지로 밖에 나오기도했고 굳이 이 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하면서 다시 방향을 틀어서 집에 가고싶었다. 그래도 한 바퀴는 다 돌아야지 하면서 돌다가 중간중간에 꽃 사진도 많이 찍고 제일 어린 순간인 그 때의 내 모습도 셀카로 몇 장 남겼다.


요새는 남편과 같이 나가는 주말 하루 제외하곤 셀카는 전혀 찍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보다.

그냥 막 찍은 사진 두 장을 남편에게 보냈더니 안정적이고 예쁘다고 하길래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니 내가 보기에도 마음에 들어 그 사진을 프로필로 해두었다.

남색 맨투맨에 에어팟을 꽂은 내 모습. 사실 이게 내 진짜 모습아닐까 싶다.


침대에서 잘 못 일어나겠다가 생리적 작용으로 인해 화장실도 들러야 하고 밥도 먹어야하고 커피도 마셔야해서 겨우 일어났다. 역시 출근할 일 없으면 침대에선 잘 못 일어나겠다. 항상.


한동안 미뤄두었던 엄마에 대한 생각을 간혹 한다.

방금도 커피를 내리면서 엄마에 대해 잠깐 떠올렸다. 나는 작년 11월? 이후로 엄마와 전혀 대화를 안 한다.

그냥 그렇게 됐다. 서로를 위해 최선이란 생각이다.

지금도 그냥 연락할까 싶다가도 다시 마음을 돌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연락했다가 괜한 기분 상함을 또 당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는 사과도 마구잡이로 깎는데 남편은 참 사과를 가지런히 썰어서 갈변을 막겠다고 그 위에 접시까지 살포시 덮어놓았다. 나보다 더 나은 주부생활을 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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