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중독

by Minnesota

요새 '도파민 중독'이란 말이 자주 보인다.

말그대로 자극적인 콘텐츠 등에 중독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어떤 유튜버는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침에는 핸드폰을 안 본다거나 일정 시간 이후에는 핸드폰 알람을 모두 off해둔다고 한다.


나는 도파민 중독보단 스트레스 중독인 사람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오늘 같은 날, 새로운 회사 입사일자가 확정되고 다니던 회사 퇴사처리가 마무리되어 아무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스트레스 프리인 날에 나는 오히려 삭신이 쑤신다.


그리고 재미가 없다.


반면에 스트레스 팍팍 받아가면서 다니는 회사에 눈치를 보며 면접 준비를 하고 면접장 들어가서 잔뜩 스트레스 받고 나오는 이런 생활에 오히려 중독 또는 익숙해진 것 같달까.


나는 24살 인턴 이후부터 33살인 지금까지 이직을 정말 여러번했다. 세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어딘가에 지원해서 합격하고 떨어지고를 반복했고 회사에서 또라이 상사든 이상한 노처녀든 만나볼만한 인간 유형은 거진 다 거쳤다. 원하지 않아도 '스트레스 중독'상태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같이 스트레스 프리인 날은 나에게 정말 낯선 날이다.

아침에 평소처럼 눈을 떠서 배고프면 밥을 먹고 심심하면 넷플보다가 커피나 한잔 때려주는 이런 삶.

걸어야겠다 싶으면 나가서 걷고 돌아와서 얼굴에 팩하면서 샤워도 좀하고.

남편 올때 되니 파기름 내서 닭가슴살 계란 볶음밥 뚝딱 해두고.

맛없을까 했는데 먹어보니 맛있어서 본인인 내가 놀라는 이런 소소한 삶.


이런 삶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초중반에 이른 지금까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어떤 요소가 삶에 반드시 존재했다.

도파민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스트레스 중독자처럼 살아갔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 같은 날은, 오히려 컨디션이 별로다.

생리 주기가 다가와서 그런걸수야 있겠다만 뭘 해도 몸이 찌뿌둥하고 고작 만보 걷고 왔는데 온 삭신이 쑤신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도 잠시 동안만 상쾌하더니 지금은 몸에서 은근히 열이 팍팍 오르는 기분이다.


스트레스 중독인 상태로 사는게 내가 보기엔 도파민 중독보다 훨씬 불쌍하고 해로운 것 같다.

앞으로는 오늘 같은 날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게 느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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