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이즈 어프레이드

by Minnesota

남편과 함께 토요일에 마음을 굳게 먹고 이 영화를 봤다.

마음을 굳게 먹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2. 러닝타임이 3시간 조금 넘어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1시 35분 영화를 보러 갔고 나는 그 길고 긴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관객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일으킨다.

요새 유튜브에서 내가 검색도 한 적이 없는데 미국 각 지역에서 나타나는 펜타놀 등등의 마약 중독자들의 삶을 닮은 쇼츠 영상이 추천 영상에 뜨곤 하는데, 그런 모습이 고스라니 영화에도 담겨 있었다.


미국은 단순히 총기 소지가 가능하단 이유로만 무서운 동네가 아니다.

정말 많은 또라이를 실시간으로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무서운 곳이다.

영화는 주인공 보가 살아가는 동네를 그런 곳으로 설정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내 남편은 이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나에게 불쾌함을 한껏 표현해냈다.

내 입장에선, 이 영화가 그가 좋아하는 마동석이 나오는 범죄도시 3보단 훨씬 낫다고 본다.

똑같은 불쾌함이 아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의미 있는 불쾌함'이라고 본다.


나는 왠만하면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자마자 그 영화를 잊는 편이다.

남편은 나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집에 오자마자 그 영화의 해석을 찾고 다음날까지도 대화의 맥락과는 하등의 상관없이 영화에 대한 본인 의견을 개진한다.


28살에 나는 일반 영화관에선 아예 상영조차 잘 안하는 예술영화를 혼자 자주 봤다.

지하철을 한참 타고가서 혼자 봤고, 어느 날은 나 혼자 연달아 두 영화를 보고 온 적도 있다.

그랬기에, 나는 항상 남편과 주말 하루 정도는 영화를 같이 보고 그 영화에 대한 소박한 평을 같이 나누는 삶을 줄곧 꿈꿔왔다.


나에게 영화는 20대 중반부터 쭉 함께 해온 소중한 '오락'이자 '예술 작품'일뿐이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소중한 주말의 3시간을 투자해야하는, 보는데 다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영화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잡념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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