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어김없이 눈을 떴다.
토요일엔 맘껏 놀아도 되기 때문에 좀 더 참아보려고 했으나 남편 말로는 9시반부터 이미 나는 헤롱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금새 잠들었고 1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몸은 찌뿌둥했다. 매번 일요일 아침마다 이런 상태와 마주한다.
남편이랑 산책에 나섰다. 커피는 이미 네스프레소 캡슐(코코넛)로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산책에 나선지 얼마 안되 폭우가 쏟아져내렸다.
나보다 훨씬 준비성이 좋은 남편은 우산 두개를 꺼냈고 우리는 곧 다 젖어지만 꿋꿋이 걸었다.
이미 젖었으니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게 내 지론이다. 그리고 비오는 날은 사람이 더 없어서 숲길은 온전히 내 차지다. 집에 돌아왔고 집앞 편의점에서 칭다오 병맥주 4병을 8000원 할인 받아 사왔다.
이제는 할인을 많이 받을수록 뿌듯한 어엿한 주부가 된 나이다.
1병을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 먼저 까서 남편 한 잔, 나 한 잔 나눠마셨다.
지금은 다음 맥주(클라우드)를 까서 또 나눠 마시고 있다. 재즈를 틀어놓았다.
재즈 플레이리스트 제목은 '살랑살랑, Summer'다.
샤워하고 맥주를 천천히 마시며 스킨케어를 하는데 옆에서 누가 지켜보는 게 느껴져 쳐다보니 남편이 맥주를 마시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장난으로 serial killer같다고 말했다. 왜 쳐다봤냐고 물으니까 이쁘니라서 쳐다봤다고 한다. 참 귀여운 남자다.
재즈랑 우리 부부의 소소한 일요일이랑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