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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Aug 18. 2023

오만

무조건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만이었다.

지난주였나 썼던 경력직 채용 서류에서 불합격했다.

당연히 있을 것이란 서류합격자 명단 10명에 내 성은 없었다.


오늘 하루도 정신이 없었다.

아침시간은 누군가와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다 소진했다.

점심에 닭가슴살 샐러드를 우걱우걱 먹으며 상대방에게 이야기했다.

그냥 나 임신이나 할까? 이렇게.

임신하고 휴직이나 들어가지 뭐.

상대도 상태는 비슷하다.

본인이 생각하게 커리어의 정점은 이미 찍어봐서 결혼해서 남편의 내조나 하고싶단다.

나보고 남편이 있어서 좋지않냐길래, 그렇다고 답했다.

혼자 있거나 연애할때보단 훨씬 좋다고했다.


오후에는 위를 콕콕 뭔가 찌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아메리카노 3잔을 마셔서 그런것이리라.

간신히 세팅해놓은 내 자리의 짐을 또 옮겼다.

우리부서 차장님은 시발이라고 했다. 나도 시발이 절로 나왔지만 참는다. 나는 여자니깐.

월요일에 또 짐을 옮겨야한다. 또 컴퓨터 세팅을 해야한다.

어쩌겠는가. 주말에도 나와야 하는 직원들이 있으니까. 

타일공사를 왜 굳이 짐을 다 옮긴상태에서 해야하는걸까.

이 회사는 비효율주의 최강자인듯 하다.


정말 적게 먹었는데도 살이 안빠진다.

오늘은 그냥 맥주도 마시고 먹고싶은거 먹을 예정이다.

근데 배달 앱을 아무리 뒤적여도 먹고싶은게 없다.

날은 무지하게 덥다. 


집에 오자마자 10000원에 4캔하는 맥주를 집어와서 그 중에 하나를 깐다.

얼음을 채워넣은 잔에 맥주를 부어넣고 샤워를 하며 마신다.

새로 산 양초도 켜고 이 글을 쓴다. 


하루에도 참 많은 일이 있다.

당연히 붙을 것이란 생각이 있던 그 곳에 떨어지니,

나는 이 회사에 영원히 짱박혀 있어야 하는걸까 라는 암울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지금이 그렇게 최악도 아니다.

최악이라 하면 이전 회사에서 아직도 '사원'으로 있는게 최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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