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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Aug 29. 2023

부부싸움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한 편이었고, 예정된대로 한 카페에 가서 알바 관련 만남을 하고 오기로 되어 있었다.

난 관성처럼 2호선을 타버렸고 충정로에서 내려 처음 타보는 버스를 타고 영등포역까지 갔다.


면접이라기엔 너무나도 질문이 빈약했고 거의 바로 안내사항을 이야기하더니 결론은 교육일정을 정하고 연락주겠다는 것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과 통화를 했는데 남편은 여전히 부정적인 상태였다. 언성 높이지 말라고 하는 내 말은 무시한채 아무일도 없었는데 기어코 일을 만들어냈다.


결론만 말하자면, 1시간 후에 나는 그 카페로부터 기존 직원이 일을 다시하겠다고해서 같이 일하긴 어렵단 연락을 받았고 남편과는 거의 9시 넘어서까지 싸웠다.

그러고나니 당연히 피곤이 절어서 잠들었고 새벽 네시부터 깨있었다.


그런 일이 있던 말던 나는 회사에 8시 좀 전에 도착했고 해야할 일을 했다. 오늘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오전에 셋팅하는 일을 했다. 그거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지친다.

지금은 스타벅스다. 비가 철철오는 날이다. 지난주엔 점심 약속이 풀로 잡혀 있었고 주로 내가 샀다. 내가 얻어먹은 것이 많으니 나도 베풀잔 마음으로 샀다.


이번주는 그렇지 않다. 오늘포함 3일은 약속이 없고 그 중 하루는 연차다. 바로 내일. 내일에 대한 뚜렷한 계획은 제로다. 혼자 보러갈 영화도 딱히 없어보이고, 헬스장 끊자니 아직도 운동이 하기싫다. 내일도 비올 확률이 60프로다. 원래라면 그날 카페 교육을 받을 것이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나는 일단 카페 점주 입장에서 조건이 까다롭단다. 회사를 다니고 있어 사대보험 적용도 불가능하고, 아무래도 일을 오래할거같이는 안보인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학생때도 까페 알바를 해보지 못했다. 할 생각조차 안했다. 그래서 어제 카페에 들렀을때 처음 보는 풍경을 마주했다. 4평 남짓한 카페에 총 4명의 직원이 있었고 그 중 한 남자 알바생은 나를 희귀한 동물이라도 된다는 듯이 쳐다봤다. 누가봐도 내가 거기에 그들과 같이 있을 법하진 않아서일까. 하여간 그랬다.

더 늙기전에 한번 해보고싶어서 지원했지만 두번 다 말짱 꽝이라서 더는 지원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런데 할 일 없이 시간 보내는건 도대체 어찌 해야할까 싶다. 회사에서도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퇴근하고도 마찬가지라서, 내 젊음을 나 자신이 흘려보내는 기분이다. 혼자서의 점심 시간을 브런치로 즐기고 있는데, 이 부분만큼은 즐겁다.


매우 졸리다. 오후에 회의 중에 하품 나면 어떻게 참아야할지 걱정이다. 비가 무지막지하게 내린다. 사실 오후에 하릴없이 내 자리에 앉아있는것 보다야 회의에 들어가는게 훨씬 좋긴 하다.


결국에 내가 할 수 있는건 정말 운동밖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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