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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Aug 30. 2023

무제

아침에 눈을 떴고 오늘은 휴가였다. 아무 계획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1시간 동안 뒹굴거리다 일어나보자 마음먹고 스벅에서 아이스커피 트렌타를 사이렌오더로 주문했다.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는데 쌀쌀했다. 비는 그쳐 있었다.

9:30부터 트렌타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11시 10분정도까지 걸었다. 12000보 정도.

어제는 퇴근 후 남편을 따라서 우산을 쓰고 나가서 샛강 근처에서 줄넘기 1200개, 스쿼드 50개를 했다.

집에 와서 밥을 좀 더 먹긴했지만 그만하면 배고픈거 치곤 선방했단 생각이든다.


점심에는 아침부터 배고팠던 나에게 포상을 줬다.

어제 저녁에 먹고싶어서 쿠팡으로 주문한 어묵과 우동면으로 어묵우동을 끓였다.

하도 사놓고 안써서 거의 썩어가는 파를 다 넣고 청양고추도 5개나 넣었다. 

그랬더니 국물맛이 기가막혔다. 주문한 어묵도 품질이 꽤나 좋아서 맛있게 먹었다.

남편도 점심을 집에 와서 먹어서 방금 끓인 어묵탕을 주었는데 깨끗하게 비웠다.


잠시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가 1시경엔 다시 집을 나섰다.

피부과 묘기증 약을 타러가야 했기 때문이다. 가는길에 세탁소에 들렀는데 점심시간이어서, 병원에 들렸다가 다시 가서 옷을 맡겼다. 휴가지만 처리해야할 일이 하나 있어서 진행했고 맥주 한잔 마시며 이 글을 쓰는 중이다. 남편말로는 요새 내가 부쩍 밝아졌다고 한다. 사실은 나도 그런 내 모습을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자각하고 있다. 회사가 바뀌어서만은 아닌것 같단 생각이 든다.


예전, 그러니까 작년에는 아주 자주 죽고싶단 생각을 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따윈 보이지 않았고 현실이 끔찍하게 느껴져서 아주 자주 죽고싶었다. 그렇다고 우울증을 앓았다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여성호르몬이 날뛸때 빼고는 죽고싶단 생각이 전혀 안 든다. 물론 지금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때때로 흐릿하게 느껴져서 짜증날땐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죽고싶진 않다. 어떻게든 되겠거니 하는 낙관주의적 사고 방식이 조금은 생겨난 듯 하다.


오늘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에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이어서 오후 5시 넘어선  7000원을 내고 영화를 볼 예정이다. 요새 나오는 영화가 없어서 시무룩해져 있었는데 다행이도 오늘 개봉한 공포영화가 있길래, 어차피 남편은 공포영화를 싫어하니까 나 혼자 보러 간다. 조금 쉬다가 심심하면 좀 일찍 가서 서점도 들리고 할 생각이다. 산책할때 갑자기 문득 자동이체가 중단된 연금보험이 생각나서 귀찮지만 꾹 참고 전화해서 미납된 9개월치를 모두 납입해서 문제 처리를 했다. 속이 시원했다.


이제는 좀 누워서 뒹굴되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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