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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Sep 08. 2023

무제

한 주가 무지하게 길었다.

생리 주간이었고 일도 갑자기 많아졌고 그만큼 시어머니들 잔소리도 늘었다.

나는 네네네 로봇이 되었다. 원래 회사생활이 그런거니깐.

그런 와중에도 간간히 마음맞는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며 숨통을 트여놓았었다.

그런데도 나는 금요일 퇴근 30분 전에, 주말이라 좋은데 그 짧은 순간이 지나면 다시 이곳에 돌아와야한단 사실이 나를 목조르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내가 봐도 평소보다 화장이 매끄럽게 잘 먹어있었다. 꼭 이런날은 점심약속이 없다.

혼자 스벅에 가서 티를 마시고 돌아와서 동기랑 이야기를 하는데 동기가 알아봐 줬다.

오늘 왜이렇게 화장도 잘 되고 오늘따라 옷도 professional해보인다며. 오늘 무슨날이냐길래

아무 날도 아니라고 했다. 왤케 좋아보이냐길래 그냥 별일 없이 지낸다고 했다.(실상은 아니다.)


이런저런 대화하다가 동기한테 소개팅 녀는 언제 만나냐 물으니, 언제쯤 만난다길래 그분 키는 몇이냐 물으니 164라고 하길래 '오 나랑 같네?'라고 하니까 글쎄.

"와 스펙이 완전 완벽하네. 학벌 좋아 유학 갔다와 키에 (외모에)..."


저렇게 말하는걸보면 이 친구는 내가 결혼을 안했더라면 나한테 대시했을 법 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나도 이 친구가 괜찮다. 이 친구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밥먹을때도 항상 본인은 회사에서 나랑 제일 친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긴 한다. 나도 그 동기가 제일 편하다. 나머지는 전혀 안 친하다.

그나마 그 동기랑 대화를 하고 시간을 보낼때가 가장 나답게 시간을 보내는 때라고 해야할까.


별로 술이 안 땡기는데 집에 와서 샤워하고 맥주를 마신다.

어제 4캔을 사두었고 그 중 2캔 반을 내가 먹었다. 

어제는 그렇게 술을 마시고 밥도 먹고 조깅을 하러 혼자 나갔다왔다.

술김에 꽤 속도를 냈는지 50분만에 원래 걷는 산책길을 완주했다.


이만하면 괜찮은 생활을 하는건지 난 잘 모르겠다.

솔직히 시어머니들이 너무 많고, 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언젠간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편하다.

벌써 9월도 조금있으면 10일이 흘러있을 것이다.


내일은 이선균 나오는 영화 '잠'을 볼 예정이다.

주말을 어찌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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