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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Oct 21. 2023

무제

 어제는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해서 분명 금요일 잘 마치고 집에 올 줄 알았으나 모든게 내 착각이었다.

어쩌면 일찌감치부터 느껴지던 '쌔한 기분'이 결국 맞았던 것 같다. 중간 과정을 구구절절 이 글에 늘어놓는건 나를 위해서도, 이 곳에서 이 글을 마주할 사람들을 위해서도 불필요하다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나는 퇴근길 또 만원에 4캔짜리 맥주를 사들고 남편에게 전화로 자초지종을 말했으며 굉장히 쌀쌀했던 어제 날씨에 총 14500보 정도를 걸었다. 원해서 걸었던게 아니다. 중간에 삭제한 과정때문에 그렇게 걷게 되었다.


집에와서 22000원을 내고 텐동을 시켜먹었고 맛은 있었지만 내 모든 신체 부위는 아렸다. 무엇보다도 이제 나는 정말 못다니겠다 싶었다. 그래도 1년은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여기까지 왔는데 하반기엔 좀 낫겠지 해서 버텼는데 더 낫기는 커녕 상반기에 반절 이상도 못되는 운을 끌고 꾸역꾸역 가고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와 지금 그냥 나가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어제 일이 발생했고 힘들어도 눈물이 나진 않았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이 난다. 


어제 밤엔 피곤해도 스트레스를 하도 받아서 잠이 안왔고 계속 카톡 상담을 받으려고 찾았다. 근데 늦은 밤에 연락이 바로 오는 곳도 없고 계좌에 당장 돈도 없었다. 돈이 있으면 무조건 카드값을 갚거나 적금해버리기 때문이다. 하여간 아침에 남편이 어제 나때문에 못간 운동을 가는 소리에 눈을 뜨니 또 새벽이었다. 잠은 거의 못잤고 역시 몸은 뚜들겨 맞은 듯 아팠다. 잠은 더 이상 못자는 상황이라 계속 타로나 사주를 찾다가 겨우겨우 연락을 받은 사람에게 방금 타로+사주 상담을 받았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앞단의 설명도 감정적으로 하고 말하는 중에 또 울컥했다. 다행이 결과는 좋게 나왔다. 자세한 얘기는 여기에 안쓸랜다. 이딴 걸 뭐하러 보고 믿냐고들 하는데 이거라도 해서 내가 중간에 포기하고 죽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10월말까지 다니고 나는 나올 생각이다.


왜냐하면 9월에도 힘들었고 지금은 더 힘들고 내가 이렇게 까지 몸이랑 마음이 다 망가지면서 회사를 다닐 이유는 없다고 본다. 쉬고싶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일할 거란 생각이든다. 방금 본 타로 아저씨가 만약 나쁜 결과면 미안하지만 나쁜 결과 그대로 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서 그런가 1%의 희망이 보인다. 바보같다해도 소용 없다. 나는 이런 미신을 조금은 믿는다.


작년 연말에도 여러곳에서 타로를 봤지만 거의 반반의 결과로 승진 못한다가 조금 많았던 기억이다. 그리고 결국 못했다. 1월에 그래서 퇴사를 했고 현재는 이 곳을 다니고 있는데 이곳을 4월 10일부터 다녔으니 7개월 다녔구나 싶다. 그 사이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이제 지쳐서 나가떨어질 예정이다. 내가 여기를 꾸역꾸역 다니면서 나 자신을 망칠 바에야 빨리 끊고 나가서 정신 차리고 힘을 내서 다시 준비하는게 맞을 것 같다. 


어제 밤에는 자고 싶어도 스트레스때문에 잠을 못자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3월에 다니던 곳을 굳이 나와서 여길 다니면서 대리 소리들어서 얻은게 뭘까. 바깥에선 갑자기 비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러나 과거에 대해선 굳이 따질 이유도 없다. 그 분이 그러더라. 처음엔 내가 감정적으로만 이야기하는걸 들었는데, 다 확인해보니 이렇게 감정적으로 된 이유가 객관적으로 이 회사에 대한 판단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다. 난 지금 내가 무슨 글자를 치고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피폐해졌다. 객관적으로 판단 끝난곳을 계속 꾸역꾸역 다니고 있고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힘들다. 지금 머릿속으론 언제 나와야할지만 생각했는데 사실 당장 월요일에 쇼부치고 끝내고 싶다. 며칠 더 나오기도 싫고 더 이상 그 사람들 얼굴도 보기가 싫다. 끔찍하다.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가. 여기는 내가 다닐곳이 아니다. 확실하다.


그리고 7개월 다닌것도 선방한 것으로 본다.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만 할랜다. 나 자신에게 정말 못할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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