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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Nov 01. 2023

무제

잠을 전혀 못잤다. 불안해서? 아니다. 그냥 못잤다.

이젠 더 이상 시달려야할 회사 생각이 없어서 그렇게 불안하진 않다.

아마도 너무 진하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아침부터 3잔씩 마셔서 그런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어둑어둑하다. 그런데도 실내기온이 25도이다. 너무 덥다. 겨울은 대체 언제 올까.

몸이 따끔따끔거리는게 느껴졌지만 어제는 묘기증 약을 먹지 않았다.

회사 스트레스도 없는데 매일 1알씩 먹을 필욘 없다는 생각에 먹지않았고 오늘 아침에 1알을 먹었다.


하루가 너무 길다. 낮도, 밤도 길다.

오늘은 또 무얼하면서 채워야할까. 오늘도 물론 산책은 갈 예정이다. 

그 외엔 또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 1명은 나에게 계속 육아와 출산에 대해 좋다고 말한다.

난 사실 그 지인이 남자기 때문에 무작정 애는 좋다고 말하는게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엔 그랬다. "출산은 여자가 하잖아요?" 라고.

출산을 한 것도 아니고 입덧을 경험한 것도 아닌데 왜 그냥 무작정 애를 낳아야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심심하다고 하니 혼자 여행이라도 가라고 하길래 비행기 표도 찾아봤다.

지금 비성수기여서 그런지 다녀올만한 가격이었다. 문제는 이미 20대 내내 혼자 그렇게 여행을 떠나봤었고 내 기억엔 그렇게 막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비행기까지 타가며 가서 먹고 돌아올 필요가 있는건지, 혼자 호텔방에서 여기서도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마실 필요가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이랑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는 최대한 좋게 퇴사를 했어도 회사 사람들이랑 연락은 전혀 안 한다.

서로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도 나에게 회사 이야기를 늘어놓기엔 어줍짢은 것이고 나 또한 내 백수 생활을 늘어놓을 이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심해도 그러고 싶진 않달까.


날이 어두워서 그런지 화면 스크린도 너무 어둡다. 오늘부턴 스쿼트 100개를 해볼 생각이다.

말이 100개지 그만큼 해도 충분히 하체가 후들거릴 것이다. 예전에 바프 찍을 당시처럼 운동을 하기엔 좀 무섭다. 남편이 매일 라면 먹는 것좀 줄여보라고 해서 나도 그럴 생각이긴 한데 어렵다. 거의 매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사먹는 커피는 완전히 줄였다. 매일 2-3잔씩 사마시던 커핀데 이건 어렵지가 않게 줄였다. 왜냐하면 스벅에서 사온 싱글오리진 수마트라 원두가 충분히 맛이 좋다. 캡슐 커피는 너무 오랫동안 마셨는지 남편 말대로 맛이 없게 느껴져서 소진하기를 멈춘 상태이다.


원래는 습관처럼 출근할때, 산책할때 항상 저가 커피 1잔을 사서 길을 나섰다. 보통 1600~2000원 짜리긴 한데 만약에 그날 너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5000원짜리 커피를 더 추가하게 되니깐 일주일에 대략 5~6만원 정도 커피에 돈을 쓰는 것이다. 매번 사마실때마다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거기다 집에 오는 길에 사오는 만원어치 술, 3~4만원어치 배달음식까지 다 합한다면 1주일을 살아내는데 드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차라리 회사에 안 나가고 이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마시는 커피, 술을 줄이는게 더 남는 장사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비가 오려는 걸까. 날이 후덥지근하다. 난 비가 싫다. 


어제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남편에게 처음으로 손편지를 써주었다. 매우 좋아하고 감동이라고 하길래 더 자주 써줘야겠다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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