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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Nov 12. 2023

무제

어제밤엔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 날정도로 블랙아웃 됐다. 전날 잠을 잘 못자서 하루종일 졸렸다.

오늘 아침엔 11:30에 눈을 떴다. 오전의 끝자락에 남편이 무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겨우 깼다.

2주 전쯤 샀던 스벅 싱글 오리진 원두를 탈탈 털어 마지막 핸드드립을 내려 마셨다.


우린 홈플러스로 장을 보러 갔는데 이래저래 다녀와서 또 크게 다투었다. 별게 아닌데 부부는 잘 싸우게 되는 듯 하다. 화해하고 곧바로 같이 나가 산책했다. 돌아오자마자 오늘은 오랜만에 남편이 요리를 했다.

삼겹살을 사와 수육을 삶아주었다. 어제 내가 만든 청국장에 수육을 같이 먹었는데 맛있었다. 

후식으로 유통기한 이틀이 지난 그릭요거트에 마지막 무화과 2개를 잘라 먹었다. 배가 터질 것 같다.


어제 밤에는 디저트가 너무 땡겨서 결국 뚜레주르 빵 배달을 시켰다. 많이 시켰는데 그 날 순식간에 남편과 내가 클리어했다. 


얼른 다시 돈을 벌고 싶은데 막상 면접을 보고 입사를 해서 출퇴근하는 것을 떠올리면 막막하다.

남편은 다음주엔 핸드폰을 사야 하고 다다음주엔 겨울용 정장 바지를 사야한다고 한다.

수입이 1/2이 되었는데 사야할게 많다. 핸드폰은 아마 5년 쓴 것으로 기억한다. 나 만날때쯤 삼성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탄 남자다. 이 사람은 뭐든지 잘 안 바꾼다. 뭐 하나를 바꾸려고 하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결정을 하고 실행하는 타입이다. 나와는 정말 정반대다.


내일 부터는 다시 나 혼자 생활한다. 저녁 6시가 되기 전까진. 벌써 졸리다. 오늘은 바깥에서 커피도 사마셨는데 졸리다. 겨울이라 그런지 칼바람을 맞은 얼굴이 여전히 빨갛다.


같이 산책하면서 든 생각은 그래도 두 사람 다 몸뚱아리 멀쩡하게 안 아픈게 참 다행이다 싶었다.

돈이야 또 벌면 되는거니까. 근데 둘 중 하나라도 아파서 일주일을 몸져 누어있으면 배우자도 같이 고생이다.

그나마 참 다행이다.


늦게 일어나서 그런지, 겨울이라 해가 짧아져서 그런지 하루가 매우 짧다.

오늘도 나는 9700원에 구매한 테라로사 향초를 켜둔 상태로 이 글을 쓴다. 

향이 인공적이지 않고 은은해서 참 좋다.


이번주는 술을 안 마셨다. 0.03도 논알콜 맥주만 조금 마셨다.

확실히 정신이 좀 맑아지는 기분이다. 술은 삶의 마취제 역할을 했다.

핸드드립용으로 스벅에서 원두를 구매했다. 이번에도 2주 안에 다 마시려나. 


11월도 벌써 중순이 되었다.

다음주는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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