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ilda Dec 02. 2023

잠을 한숨도 못잤다.

눈을 감아도, 무언가 틀어놔도 잠이 안 온지 3일째다.

어제는 2시경에 겨우 설잠에 들었으나 4시에 깼다. 다시 또 한참 깨있다가 잠들었지만 10시에 눈을 떠보니 몸은 영 찌뿌둥하다. 수면의 질이 너무 낮은 것이다.


하루 종일 밖을 나돌다가 이제 집에 와서 남편과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나는 바깥에 씻지도 않고 돌아다녀서 집에 오자마자 샤워하고 머리를 감았다.

남편의 목이 늘어진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다닌 터라 더워도 패딩 지퍼를 꼭 닫고 다녔기에 땀이 꽤 난 상태였다. 


아침 11시에 1달 좀 넘어서 가는 피부마사지 샵에 갔다.

나는 조금 늦었고 1시간 넘게 관리를 받고 나니 확실히 티가 났다.

그런데 그 금액이 그만큼 비싸다. 피부관리를 받고 나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액수가 적어도 역시 돈은 벌어야 한다고. 그래야 이런 관리를 좀 덜 죄책감을 느끼면서 받지 않겠냐고 했다.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밤에 쓴 글은 발행을 취소했다.

너무 솔직하게 써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을 한껏 글로 써재껴두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제 저녁엔 아사히 생맥주 3캔에 치킨 파티를 했다.

그 유명한 아사히 생맥주(거품이 올라오는)는 소문대로 맛이 좋았다.

금방 취기가 올랐다. 원래 추운 겨울에 마시는 맥주 맛이 또 기가 막힌 건 잘 알고 있다.


잠을 못자고 일어나면 카페인을 더 찾게된다. 이번주엔 특히 독한 아메리카노를 보약처럼 들이켰다.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듯했다. 오늘은 디카페인 아아를 한잔만 마셨다.

피곤하고 졸린데 어쩔수가 없다. 오늘만큼은 잘 자고 싶다.


잠을 못자면 한동안 못느낀 외로움이 확 밀려온다.

카톡에 정리해둔 목록을 살펴보면서 이 사람 저 사람 기웃대곤 한다.

불필요한 잉여의 시간인 것이다.


남편과 나는 장을 보러가서 굉장히 많은 것을 구매했다.

나는 귤을 싫어하지만 오늘은 남편을 위해 샀다. 한개 주길래 먹었더니 역시 맛이 없다.

나는 포도, 사과, 딸기, 키위가 좋다.


오후 2시에 홈플러스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남편과 나는 둘다 머리도 안 감고 그 많은 사람들 한 가운데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매한다.

파스타 소스를 사면 파스타 면 하나를 준다고 하는 아주머니에게 말을 붙여서 하나 샀더니,

소맥잔 set 하나를 그냥 주신다고 했다. 필요하냐는 아주머니의 질문에 네 필요해요 라고 단칼에 대답했다.

원래 이거 주는거 아닌데 아가씨니깐 줄게 라고 하셨다.

아직은 아가씨라고 불러주는구나 하고 좋았고 공짜로 잔 두개를 받아서 더 좋았다.


남편은 온라인으로 구매한 쓰리 엑스라지 팬티가 안맞는다.

그래서 탑텐에 가서 4XL 팬티를 한장 실험용으로 구매했다.

집에 와서 입어보더니 잘 맞아서 너무 좋아한다. 엉덩이가 커서 슬픈 남편이다.


낮시간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평소와달리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서 그런지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다.


피부마사지를 받고서는 내가 좋아하는 동네 밀크티 카페에 들렀다.

오늘은 홀 손님을 안받는다고 하시길래 벌써 3번째 왔다가 돌아간다고 했더니만 주인 아주머니가 뭘 먹겠냐 물어서 다행이도 테이크 아웃으로 밀크티를 받아왔다.  엄청 뜨거웠고 맛있었다.

그리고 케이터링한 음식 남은것을 서비스로 주셨다.  오늘은 공짜를 많이 얻은 날이다.


옛날 같으면 공짜 음식이나 물건에 눈독도 안 들일 나인데 아줌마가 되긴 한 것 같다.


남편과 나는 동네에 눈썹 왁싱샵에 같이 가서 왁싱도 받았다.

남편은 왁싱을 매번 받지는 않아서 눈썹 두께가 굉장한 상태였다.


우리는 이렇게 돌아다니며 수십만원을 써버린터라, 

이렇게 관리를 받으며 살아가려면 어쩔수없이 외벌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싫으니 좋으니 돈은 벌어야 이정도로 쓸 수 있는거란 생각이 든다.


어제밤은 무척이나 외로웠다.

세상에 나 혼자 있었다. 정말로.


그래도 지금은 그렇지만은 않단 생각에 다행이다 싶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출근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