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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Dec 14. 2023

무제

비가 하루종일 왔다. 

퇴근길에 원래 걸어가던 길이 너무 사람이 많고 좁아서, 다른 길로 왔더니 한참 걸어서 돌아서 왔다.

당연히 코트도 비에 다 젖었다.


집은 텅텅 비었다.

남편은 오늘 회식이라서 5:30에 이미 1차 장소에 갔다고 연락을 받았다.


배달을 시켜먹으려고 아무리 둘러봐도 먹고 싶은게 없었다.

낙곱새가 그나마 끌렸지만 기본이 2인분이라 금액이 너무 크다.

그래서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친한 오빠랑 통화를 하면서 요리를 했다.

집에 남편이 있으면 자유롭게 통화하기가 어렵다.


이것저것 군것질을 오후에 많이한터라 배가 많이 안 고팠다.

그래도 두부조림을 만들고 떡갈비를 구워서 밥을 먹었다.

이제 나는 어엿한 성인이 된 듯 싶다.


습관적으로 시키던 배달이 많이 줄었다.

이 회사는 점심을 무료로 먹을 식당이 바로 앞에 있어서 점심 때도 돈을 아낄 수 있다.

점심 먹고 커피까지 마시면 대충 18000~20000원이 깨졌다. 이번 여름 내내.


지금은 점심 먹고 커피를 먹으러 가서 대화만 같이 나눈다. 커피는 아침에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회사에 친해진 동기가 오늘부로 회사를 나오지 않는다.

다음주에 2박으로 어딘가에 가야하는데 방을 나눠쓸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어쩌겠는가. 어떻게 되겠거니 생각한다.


기다리는 소식만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

나말고도 그곳에서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더라.


남편이 없어서 무지하게 쓸쓸하고 외롭고 괴로울 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밥도 알아서 잘 챙겨먹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친한 오빠에게 전화로 다 털어놓았다.

무엇보다도 여유롭게 노트북으로 브런치에 이 글을 남길 수 있고 에미넴 노래도 스피커로 틀어놓고 듣는다.


모든 게 잘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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