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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Dec 31. 2023

무제

남편은 연휴 시작부터 인후염에 걸려 골골대는 중이다.

독감일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독감, 코로나는 피해갔다.

나는 올해 4월 독감에 걸려봤는데 진짜 고통 그 자체였다.


연휴가 빠르게 흘러가는 중이다.

어제도 특별한건 안했다. 10시에 예약해둔 피부관리를 받았고 연휴 동안 다들 네일만 받는건지 여러번의 예약 실패로 인해 네일은 오늘로 미뤄뒀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잠을 잘만 잔다. 매일 10시간씩 꼬박 잔다.

어제도 10시에 잠들어 오늘 8시에 일어났다. 불면증만큼 고통스러운게 없기 때문에 잘 자는것 만큼은 좋다.


어제는 원래 산책을 가려고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슬러쉬 형태로 변해버려 도저히 걸을 수 없겠다 판단하고 방향을 틀어 평소 가본 적 없는 까페에 갔다. 별다른 대화 없이 핸드폰만 보다가 왔는데 그 조차도 새롭게 느껴졌다. 크림모카도 오랜만에 마셨는데 맛있었다.


오늘 아침엔 어제 사둔 스벅 수마트라 원두로 핸드드립을 내렸다.

11월 한달 내내 핸드드립만 마시다가 12월엔 원두를 사기가 아깝게 느껴져서 집에 있는 캡슐 커피를 소진했다. 캡슐 커피는 확실히 핸드드립보다 독해서 여러개를 동시에 내려 마시면 두통이 느껴진다.


볼 영화가 마땅치 않아서 결국 내일 남편 혼자 노량을 보고 오라고 했다.

나는 굳이 연말을 이순신 이야기를 보면서 보내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어제는 거의 20만원 돈을 들여 장을 봐왔다. 물론 할인을 받아 15만원만 쓰고 오긴했지만 어쨌든 큰 금액이다. 저녁으로 50프로 할인하던 한우를 구워먹었다. 


오늘 점심 메뉴는 어묵탕에 우동사리, 용가리치킨이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남편은 아침부터 든든하게 닭가슴살 두 덩이에 샐러드를 챙겨먹었다.

아파도 참 잘 챙겨먹는 사람이다.


연휴가 기니까 드는 생각은 12월 한달 동안 일을 해서 다행이었다.

사실상 교육만 받았기 때문에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회사원 생활 루틴을 했다.

그 루틴이 있었기에 여러가지 백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12월에도 쉬었다면 나는 남편과 더 많이 싸웠을 것이고 더 많이 불안해 했을 것이고 더 자주 배달음식을 시켜먹어서 살이 더 쪘을 것이다.


눈이 오길 바랐으나 너무 자주 오는 12월이다.


매일 머리를 감는 나인데 어제 만큼은 머리를 안 감았다. 샤워는 두 번이나 했지만 머리는 감지 않았다.

감고 말리는 모든 작업이 정말 일처럼 느껴질때가 종종 있는데 그게 바로 어제였다.


목요일에 퇴사한 동기를 만나 거의 3시간 동안 까페에서 수다를 떨었다.

금요일엔 혼자 하루 종일 보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뭘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저녁에 남편과 함께 양꼬치를 먹었던 것 밖엔 기억이 안난다.


목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오니 12시 조금 넘겼으니 아주 오랜기간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부터 몸 상태가 많이 가뿐해지긴 했다.


다들 어떤 연말을 보내고 있을까.

다행이도 지난주에 과음을 했기에 이번주는 금주 중이다.

오늘도 이렇게 고요하게 흐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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