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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Feb 22. 2024

무제

어제는 7:30에 퇴근했다.

굳이 안남아도 된다고 몇번을 이야기해도 시어머니처럼 옆에서 시끄럽게 오히려 방해되는 직원들까지 몽땅 남아서 다 같이 7:30에 나갔다. 솔직히 말해서 거의 훼방놓듯 옆에서 도움은 안되게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어딜가나 나이먹고 결혼 못한 여자들 하는 행동은 똑같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먹고 결혼한 여자가 다르냐? 똑같다. 

이 회사 팀장은 여자고 아들 둘인 결혼한 여자다. 처음부터 굉장히 나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의 업무를 떼주겠다고 나를 뽑은건데 3주째 본 결과 계속 본인이 실무를 다 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제도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정을 한 사람이 해야하는데 중구난방으로 팀장이 하고 내가 하고 계속 여러번 왔다갔다했다.

팀장의 역할은 지시하고 컨펌하고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묻고싶은것은 본인이 일을 다 하겠단 생각이면 굳이 직원을 한명 더 왜 뽑는건가.

나도 다니던 회사 그냥 다니면 되는거고 뭐하러 이 상태에 오는건지 모르겠다.

사실 여기에 오기 전에 이미 예감은 했다. 여기로 오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한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당연히 여자들만 있겠거니라고 생각은 했고 조직이 작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렇게나 체계가 없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야하는데 효율성과는 정말 거리가 멀었다.

본인이 모든 실무를 다 할 생각이면 굳이 나를 안 뽑아도 되는게 아닌가. 내가 담당인데 이곳저곳에서 돕겠다고 손을 뻗치는데 도움은 안 되고 솔직히 말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같은 팀 직원 하나는 그냥 이런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그 사람은 여기 이전에 한곳만 재직했다고 들었다. 나의 경우는 다르다.

알거 다아는 사람을 떡하니 뽑아놓고 나한테 모르는척 하라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될리가 없다.

나는 안된다. 


여기는 규정에 연봉테이블도 없고 승진 연한도 없고 모든게 '이사장' 기준이라고만 써있다.

그냥 상세 사항을 만들겠단 생각이 없으니 그런거겠지.


팀장이랑 의사소통도 어렵다. a를 물어봤는데 횡설수설하면서 b를 이야기해서 a를 다시 이야기해야한다. 지난주에 올려둔 지출결의는 아직도 결재가 안되어 있다. 이미 올려두고 바로 올렸다고 이야기한거라 다시 이야기는 안 하고 있다. 도대체가 정도껏 답답해야지 이건 무슨 진짜 말도 안된다 싶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직원은 솔직히 말해서 면접때 안내해줄때부터 갑갑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 갑갑하다.

그래도 그 사람 말고 말할 사람도 없다. 기본적으로 일을 이런식으로 하면 나는 안될 것 같다고 이미 마음이 굳어진 상태다.


팀장인 본인이 실무를 계속 이렇게 할거라면 나는 이대로는 못 간다. 내가 그동안 해온게 있는데 말도 안된다.

너무 피곤했는데 계속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나니 잠도 거의 못잤다. 10:30까지 출근하면 뭐하나 어차피 잠 다깨서 원래 시간대에 움직이는데.


이 모든걸 말한다고 바뀔까 싶긴 한데

이런식이라면 3월을 어떻게 버틸까 싶다.


그런데 이 회사를 다니기 위해 동대문역으로 이사까지 가야하는데 

이상태면 어떻게 회사를 지속해야하나 싶다. 슬슬 출근 준비는 해야하는데 발이 안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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