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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Mar 02. 2024

대구 여행

아마도 이번 대구 방문이 내 인생의 5번째 일 것이다.

1~2번째는 회사 출장, 회사 워크숍으로 갔고 3번째는 혼자 무작정 지인을 만나러 당일치기로 갔다왔다.

4번도 회사 출장, 5번은 이번 여행이다.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 예약해두었고 우리는 토요일 8시에 출발했다.

당연히 차는 막혔고 중간에 휴게소를 들리느라 시간은 점점 더 지연되서 3시 넘어서 도착했다.

식사시간은 아니었으나 호텔에 들렀다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서 바로 막창을 먹으러 갔다.

서울 대비 싼 값에 맛있는 막창을 둘이서 5인분이나 먹고 나왔다. 무료 아이스크림까지 클리어.


호텔에 체크인하니 패키지에 포함된 케익과 로제 와인이 있었다.

우리는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호텔 내부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1시간 조금 넘게 했던 기억이다. 사람이 적었고 깔끔했고 기계가 신식이었다.

다하고선 곧장 사우나 시설을 사용했다. 


방에 돌아와선 당연히 케익과 로제 와인을 즐겼다. 굉장히 먹기만 한 하루였다.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블루재스민>을 같이 봤다.

다행이 남편도 그 영화를 매우 맘에 들어했다.

남편 코고는 소리에 사실상 잠을 오래 못잤지만 용케도 아침에 잘 일어나서 8시경에 조식을 먹었다.

3만원짜리 조식인데 우리는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별도 요금 없이 먹었다.


다 먹고 나와서 헬스장에 가서 1시간 조금 넘게 운동을 하고 사우나를 들러 씻고 체크아웃을 했다.

그냥 가기 아쉬워서 근방에 에스프레소바에 가서 커피 한잔씩 하고 출발했다.

로마노라는 이름의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레몬즙을 짜서 마셨는데 커피랑 잘 어울렸다.


당연히 가는 길고 고되고 길었다. 

도로에서 5시간 넘게 있었다. 6시가 되기 조금 전에 집에 도착해 빨래를 돌리고 치킨을 먹고 누워있은지 벌써 3시간 째라 지겨워졌다.


갈수록 내 페이스북에 이상한 광고만 도배되고 더 이상 피드를 올리지 않은지 한참 오래된터라 이젠 놓아줄때가 된 것 같단 생각에 페이스북 비활성화를 진행하려고 노트북을 켰다.


구글에서 방법을 확인하고 이리저리 눌러서 겨우 비활성화를 완료했다.


언제부턴가 페이스북은 내가 10년 전, 3년 전 등 과거에 올린 memories만 확인하는 수단일뿐이었다.


그냥 삭제하고싶어도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 유일하게 그곳에 남아있어서 다 지우기엔 무리가 있달까.

모른다 또. 40세가 되면 마음이 바뀌어서 삭제할수도.


이번 여행은 한번도 남편이랑 싸우는 일 없이 굉장히 매끄럽게 흘렀다.

우리는 신혼초기부터 최근까지도 여행만 가면 꼭 돌아오는 날에 싸우거나 가는길에 싸웠다.

아마도 의견충돌이 생기기전에 미연의 방지를 서로 하는 것 때문에 평화롭게 흐른 여행이었을 것이다.


햄스터는 우리가 없는 동안 물통이 엎어져서 물을 못 마셨는지 남편이 물통을 바로해주니 한참을 물을 꿀떡꿀떡 마셨다. 남편말로는 햄스터의 모습이 너무 늙어서 조금 무섭다고 한다.

실제로 남편이 햄스터를 바라보는 모습에 살짝의 무서움이 느껴졌다.

원래 늙은 햄스터는 얼굴에 털이 듬성듬성해지고 머리 윗부분에도 털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동안 키운 햄스터들은 아쉽게도 평균 수명을 거의 다 못채우고 일찍 죽어서 이렇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게 남편 입장에선 처음일 것이다.


그래도 내 눈엔 여전히 소중한 내 햄스터다.

좀 더 오래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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