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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by Minnesota

어제부터 드디어 기다리던 생리가 시작됐다.

임신일까봐 굉장히 걱정을 했던터라 정말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희소식과 함께 얼마 안돼, 공휴일에 전화 올일이 없는 내 전화의 진동소리와 함께 학회에서 연락이 왔다. 수정본을 시스템을 통해 제출했으나 회사 컴퓨터로 제출을 해서 보안이 걸려 있어서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그때부터 살짝의 멘붕이 왔다. 내일도 쉬는 날인데.


결국 오늘 7시에 회사에 가서 프린트를 해오려고 했는데 인쇄도 갑자기 안되서 캡처를 떠왔고 이제 그 작업을 해야만한다. 남편은 나를 데려다줬다가 지금 혼자 집 근처 헬스장에 갔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집의 데스크탑을 켰다. 편집작업을 해야 하니깐, 이 컴퓨터를 활용하는게 노트북보다 편하다.


백그라운드로 홍상수 영화를 틀어뒀다. 제목이 당신 얼굴 앞에서였다.

어제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아직 못끝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해야하는구나 싶다.

데스크탑 모니터엔 뭐가 많이 튀겨있고 책상엔 먼지가 뽀얗다.

이 방은 거의 창고나 다름없어졌다. 남편에게 치우라고 몇번을 이야기하고나서야 방금 전에 책상이나마 좀 치워둔 상태이다. 그러나 먼지는 여전하다.


어제는 성수동에 있는 인덱스라는 서점에 들렀다. 책도 한권 구입했다.

오늘은 일정이라는게 대략은 있었으나 아침에 강남을 가야했고 지금 또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인지라, 모든게 올 스톱 상태이다.


집에서 광진구까진 30분 거리라서 요새는 그쪽을 주로 탐방 중이다.

광화문은 근래 집회가 많아서 피하고자 한다.

남편이 강남에서 주차해두고 사왔던 빅컵 2000원짜리 아아는 카누 5봉지를 털어넣은 맛이었다.

요새도 이런 맛이 나는 커피가 있나 싶었다. 그래도 다 마셨다. 각성제 효과는 대단하다.

아무래도 샷을 4개 정도는 넣은 듯 하다.


나는 그 커피를 다 마시고 속이 쓰라림에도 불구하고 집 근처 더느림이란 카페에 들러 한잔을 더 샀다.

맛 없는 커피로 고생한 나에게 다시 잘 시작해보자고 다독이려는 제스쳐이다.

그러나 이미 맛 없는 커피로 혀가 살짝 마비된 상태여서, 맛이 잘 안느껴진다.

배가 부글부글 거린다. 생리할땐 어쩔수가 없다. 프로틴 음료를 하나 털어넣었다.

언제까지 이 작업을 해야할까. 오늘은 마지막일까.

시스템상에 다시 업로드가 어려울수도 있으니 편집 간사 메일로 보내라고 알려주었다.

알겠다고 했다. 그 사람도 광복절인 어제 6시 넘어서 나에게 전화를 하고 싶진 않았겠지.

모두가 다 사정이 있다.

그런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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