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주간 토요일 근무를 했다. 다행이도 모든 걸려있던 프로젝트는 무탈하게 완료됐다.
그래서 오늘은 대체휴무일로 회사에 가지 않았다.
어제는 1년만에 친정집에 갔다.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고 가서 3시간 반 가량을 떠들고 왔다.
사과, 복숭사, 포도를 바리바리 싸들고 갔는데 그 중의 반은 도로 챙겨오게 됐다.
오늘은 11:30에 눈을 겨우 떴다. 1시간에 한번씩 시간을 확인은 했으나 침대에 붙어 있었다.
박물관 실장님은 박사 학위를 땄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학회에 논문 투고는 여러번 한 경험이 있겠거니 해서 솔직하게 여쭤봤다. 수정 후 재심은 게재불가보다도 나쁜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결과는 게재불가인데 투고자를 엿먹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솔직한 의견을 주셨고 나는 이미 제출한 수정본이 실릴 것이란 기대를 더더욱 낮추게됐다.
18일까지 보내란 수정본을 16일에 보냈고 오늘 2시 정각에 메일로 재심 결과를 받았고 당연하게도 게재불가였다. 게재불가의 사유는 사실상 좀 애매했다. 초심 수정 피드백이 설문조사 대상, 인원, 기준을 명확히하라고 해서 그렇게 수정했더니 재심 피드백에선 설문조사를 기준으로 주장하는 바를 밝히는데 무리가 있단다.
결론은 "응 넌 안돼. 어쨌든 안돼." 였다.
6월 3째주 쯤 부터 공을 들였던 나 개인의 프로젝트는 결론은 '게재 불가'다.
수정을 좀 도와줬던 석사 선배님이 이미 불안해 하면서 대략 이야기를 해준터라, 나도 알고는 있었다.
나는 박사 과정생도, 박사 졸업생도 아니다. 그냥 석사 나부랭이다. 석사 나부랭이의 첫번째 투고 결과.
생과 사가 걸린 문제도 아니거니와 털고 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는 데스크탑을 켰다.
등재지에 올릴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등재지가 아닌 곳에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모르겠다 나도.
분명 방금 전까진 늦잠자고 개와 산책을 하고 원없이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사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행복했는데 결과를 보고나니 착잡해진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받아들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