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면 11월도 끝난다.
이번주 금요일엔 남편이 8년간 다닌 회사를 퇴사한 기념으로 같이 맥주를 마셨다.
그 다음날인 토요일엔 박사 학위 지도교수님이 되실 분께 면담을 하러 갔다.
11시 딱맞춰 도착해서 40~45분 정도 이야기를 했다.
교수님은 처음에는 왜 박사를 하려고 하는지 다시 물으셨고, 내 학부 전공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하셨다.
본인이 어떻게 공부를 했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셨고 지도교수님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해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다.
소정의 성공을 거둔 뒤 학교 근처의 백화점에 가서 세일 상품인 코트를 한벌 샀다. 남편도 점퍼 하나를 구매했다. 갑자기 쇼핑을 왜 했을까? 이유가 있다. 나는 26~7살때부터 입고 다녔던 코트를 겨울만 되면 줄기차게 입고 다녔다. 그런데 그 2벌의 코트를 모두 강아지가 물어뜯어놓았다. 구멍이 나고 소매가 반 이상 찢어져 있는 코트를 계속 입을 수가 없게 돼서 부득이하게 사게 된것이다.
쇼핑하고 1시간 넘게 운전을 해서 집에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약속장소에 남편이랑 같이 나갔다.
석사 학위를 딴 학교 선배인데 4시 조금 넘어서 만나서 9시까지 술을 먹었고, 뜻밖에도 그 분이 나에게 보인 굉장히 꼬여있는 듯한 멘트와 자격지심으로 인해 마무리는 다소 급하게 하고 나왔다.
술을 계속 마시다보니 나에게 갖고 있던 자격지심과 본인 삶에 대한 회한이 잔뜩 묻어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찌질해보이는 말들을 해댔고, 나도 마지막엔 화가 나서 그렇게 마무리가 된 것이다.
본인이 나이가 많은 상황에서 박사학위를 끝내고 지금은 강의를 하며 본인 표현대로 가난하게 살고 있는게 나랑은 사실상 관련이 없지 않은가. 왜 이제 새롭게 박사학위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 앞에서 이것저것 자격지심 가득한 멘트를 늘어놓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냥 내가보기엔 교수님이 내게 해주신 따스한 멘트를 본인은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어서 인 것으로 보인다.
교수님은 내 나이를 물어보시더니, 딱 박사하기 좋은 나이라고 말씀주셨고 2년 코스웍 빡세게 하고 1년 반 안에 논문 쓰고나면 분명히 불러주는 학교 있을 것이다라고 해주셨다.
이 이야기를 들어서 질투가 난건지 모르겠으나 나이가 저리도 많은 사람이 저렇게 후배 대상으로 자격지심을 보이는게 너무 안됐기도 하다. 다시 만날 일은 없어보인다.
어차피 얻어먹기는 커녕 우리쪽이 돈을 더 냈기 때문에 더더욱 만날 일은 없다.
그렇게 토요일엔 술을 왕창 먹고 오늘은 11시30분까지 자고 일어나 라면으로 해장을 했고 남편과 함께 글래디에이터 2를 보고 왔다. 지금은 아직도 숙취가 살짝 있는 상태에서 이 글을 기록용으로 남겨본다.
그 선배라는 사람은 거의 환갑이 넘어가는 나이에 다다라서 강의를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가 한 가득인 것 같았다.
나는 다행이도 올해 끝자락에 드디어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더 행운인 것은 좋은 교수님을 만났던 것이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나는 저 나이대에 저런 후회와 회한에 붙잡히지 말도록 해야겠다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