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게 터졌다.
상사가 본부장급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실무를 혼자서 다 하려고 한지 어언 4개월째다.
덕분에 나는 회사에서 게임을 하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 일주일에 최소 2-3일이다.
내 담당 업무임에도 나는 인수인계서도 받지 못했고 10중에 1정도만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고 나머지 9는 상사가 직접 다 했다.
다른 팀장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려서 이유를 파헤쳐보았다.
결론은 이전 직장에서 그렇게 일을 한게 익숙한 사람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바쁘게 실무를 하는게 그 사람또한 재미있으니 안 놓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성과관리시스템 관련, 내가 새로운 개선안을 냈고 이에 대해 상사 본인은 자신의 과거 조직 경험을 예시로 들어서 '반대'한다고 대놓고 최소 2-3번을 이야기했다.
그런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것을 지지않고 내가 조목조목 따졌고 목요일은 그렇게 메신저로만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퇴근하고 가려고하는데 나에게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자길래 나는 따로 말할게 없다고 메신저를 다시 남겼다. 인수인계서를 그쯤 요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새벽 4시에 오한을 느껴서 타이레놀을 먹었고 1시간 가량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간신히 잠들고 일어났다. 아침에 가보니 나에게 일정을 묻지도 않고 본인 마음대로 9시반에 회의를 잡아두었더라. 나는 결국 9시반부터 목이 쉬어라 그 분과 마주하여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을 다 하였다.
왜 실무를 쥐고 놓지를 않냐부터해서 그렇게 하실거면 나에게 월급을 왜 주고 나를 왜뽑았냐.
당신도 당신의 커리어가 중요하겠다만, 나도 내 커리어가 중요하다.
나도 해볼만큼 많은 행사를 해본 사람이고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다.
당신이 석사이고 많이 배운만큼 나 또한 석사에 곧있으면 박사까지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 나한테 일방적으로 당신 생각대로만 주입시켜서 움직이는 꼭두각시를 하게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그렇게 못한다. 그렇게 할거면 쌩신입을 뽑는게 맞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회사를 나갈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내가 이렇게 간곡하게 내가 담당한 내 업무를 실무자로서 하겠다고 하는 이 요청에 대해 묵살한다면, 그 차후에는 다른 방도를 찾아서 계속 근무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4개월간 겪었던 방식으로 업무는 불가능하다.
라고 밝혔다.
그렇게 1시간 가량 대화하고 다른 부서 부서장과 1시간 또 회의를 하고나니 점심시간이었다.
내 자리에 와보니 또 상사가 이것저것을 남겼고 나도 나대로 기록을 남겼다.
그렇게 유치하게 3시간 정도 메신저 등으로 기록남기기 싸움을 했다.
50대의 상사가 나에게 지지 않고자 열심히도 하더라.
그 사람은 자기가 실무를 하면 잘 하기라도 해야하는데 잘 하지도 못한다.
모든 문서에 오타가 한 가득이다.
니가 취합하는 사람이니 니가 수정하면 된단다.
애초에 줄때부터 잘 주면 좋지 않을까.
저 사람은 내가 부하니까, 내가 30대니까 이런식으로 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으니 이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목소리가 다 쉴때까지 목~금 이틀에 걸쳐서 이따위 거지같은 업무 절차를 거쳐 일을 하고 있고, 내가 내일을 할테니 좀 실무를 내려놓으라고 상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연 변화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는 나대로 철저하게 기록을 남겨나갔다.
나도 살아야한다. 이렇게 근무는 어렵다.
나는 내일도 총회라서 11시 출근이다.
또 그사람이랑 마주하고 일을 해야한다.
이렇게 살아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