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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by Minnesota Mar 09. 2025

오늘은 박사과정 첫째날이다.

2시까지 오라고 해서 갔고 학술보고회 겸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5시부터는 식사자리 겸 개강총회를 했다.


항상 혼자 일하고 왠만하면 내 얘기를 안하는 채 살았던터라 여러 사람과 마주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지만 2시간을 꿋꿋이 참았다.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은 이렇게 수업끝나고 다 같이 밥을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대략 집에는 8시반에 도착했고 남편이랑 피자를 시켜먹었다. (식사자리에서 나온 음식을 거의 안먹었다.)


남편은 10시반부터 곯아 떨어졌다.

나도 그러고싶지만 지금 그러지못해서 홀로 방황중이다.

블라인드에 의미없는 글을 써보고 유튜브로 온갖 타로를 찾아봤지만 해소는 안됐다.


결국 네이버로 또 신점 비스무리한 것을 결제해서 봤다.


내가 불안한 이유가 뭘까?

당장 오늘이 끝나면, 다시 회사에 가야해서?

박사 학위 과정 내내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려야 해서?


이번주에만 사주, 신점을 총 3번 봤다. 모두 전화로 본것 뿐이다.

그만큼 이번주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불안감이 극도로 강하게 느껴진 한 주다.

일단 신체는 제대로 무너져내렸다. 제 기능을 되찾은건 오늘에서야 되찾은 것이다. 


내가 왜 이러는 것일까? 

이번주에만 오늘 포함 총 4일을 이렇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4일 중 3일은 배가 아파서 잠을 못잤다쳐도 오늘만큼은 복통도 없다. 그냥 잠들지 못하고 있다.


계속 영화 메멘토를 틀어놓는 중이다.

이제는 대사도 거의 다 외울 것 같다.

내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중도 포기하지 않고 박사를 딸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중도 퇴사하지 않고 팀장을 달 수 있을까.


모든게 미지수다.

그래서 자꾸 돈을 주고 미래를 점치나보다.

그마저도 그렇게까지 깔끔하게 나의 이 찜찜함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벌써 일요일이다.

하루도 안남은 내 휴식시간이 계속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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