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나는 이어폰과 그립톡을 잃어버렸다.
근래들어 제일 취했던 날이고 온몸엔 정체모를 멍이 들어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몇번 토를 하고 핸드폰은 비행기모드를 해둔다.
카톡은 전혀 열어 보지 않고 오로지 디즈니 패밀리가이만 틀어놓는다. 강아지와 나는 계속 자리를 바꿔 누우면서 서로를 지켜본다.
그렇게 오후 다섯시 반까지 시간이 흐르는걸 꿈뻑꿈뻑 눈만 감았다 떴다 하면서 보고만 있었다.
매일 회사에 앉어서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는 나날에 지쳤고 왜 이렇게밖에 살지 못하는가에 대해 속에 쌓인 응어리가 그날 터져나온 것 같다.
여섯시무렵 남편에게 그제서야 카톡을 보낸다.
이제는 버틸만큼 버텼고 더 이상은 무리라고.
남편은 남편대로 이번 회사만큼은 꼭 오래 다녀야하는데 벌써부터 상사의 공격이 들어와서 내말엔 건성으로 답한다.(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때려치란다.
회사 가기싫다를 5번 정도 되뇌이고, 집을 나섰고 동네 더벤티 사장님은 지점 하나를 더 운영하시나보다.
동네 다른 카페인 아저씨들이 둘러 앉아 오순도순 커피를 마신다. 내 아침 풍경과는 전혀 다르다.
나는 할수만 있으면 어제처럼 눈만 감았다 떴다하는 생활을 한동안 지속하고싶다. 너무 지쳤다.